비 원 의 길
조 각 별
나도 떠나가면
사람들의 가슴에
못이 되고 구멍이 될까?
감추어둔 말과
아껴온 몸짓
모진 한으로
푸르게 싯푸르게 박혀
그 도려내는 끄트머리
온 몸을 꿰뚫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아련히
서성이는 발끝마다
묵은 날들이 터지고
삶이 깎여 검게 삭을 때
영혼부터
뼛속부터 욱신거리는
그런 대못 될 수 있을까
때때로
몸이 어둑거리면
문득 돌아보는
나의 구멍
간절히 들여다본다
굵은 생의 마디
우직끈 잘려나간 어둠의 분화구
아직도
생생한 그 언저리
찟겨진 그리움
슴벅슴벅 생살처럼 살아서
눈빛만 스쳐도
출렁! 부어오르는
얼룩진 웅덩이들......
나도
누군가의 고름 든 피 멍울로
진 종일
못 박힌 적 있던가
누군가의
목숨 같은 눈물
가슴이 터지도록 마셔 본적 있던가
내가 흩뿌린 지난날들
사람들의
양지에서 양지로만
푸른 싹을 틔웠구나
아
고쳐놓기엔 너무 먼 길
너무나 늦어버린 길
말없이 두 무릎 꿇어보네
가만히
한 걸음
등뒤로 숨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