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명상음악] 민들레 꽃길
zkvnclsh20
2016. 4. 25. 00:11
양곡 소세양이었다면 오직 정신적인 순수한 사랑으로 흠모하고 존경했던 인물은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이었다. 당대의 고승 지족선사(知足禪師)마저도 파계시켰던 황진이로서 마음만 먹으면 정복하지 못할 사내가 없을 것으로 알았지만 아무리 유혹해도 미동도 하지 않던 산림처사 서화담에게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고결한 인품에 감복하여 평생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역시 미동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한 사람의 사나이로서 가슴 속에 이는 불길을 억누르느라고 힘겨워했던 인간적인 모습을 다음 두 수의 시조에서 엿볼 수 있다.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는다. 내 늙을 적이면 너는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쫓아다니다가 남우일까 하노라(서화담) ‘마음아 너는 어찌하여 항상 젊은 줄만 아느냐. 몸이 늙는데 마음인들 늙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내가 아무래도 마음 쏠리는 대로 쫓아가다가는 남의 웃음꺼리가 될까 걱정이라’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또 이렇게 읊조린다.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萬重 雲山)에 어느 임 오리요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서화담) ‘마음이 어리석다보니 하는 일이 모두 어리석기만 하다. 이 깊은 산속까지 어느 임이 찾아올까마는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나뭇잎소리에 행여 임이 아닌가.’하고 가슴이 설레임을 나타내고 있어서 화담도 어쩔 수 없이 황진이의 매혹적인 여성미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를 극복하여 깨끗한 애정으로 승화시켰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화담의 속마음을 짐작한 황진이는 다음과 같이 화답한다.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하리요(황진이) ‘제가 언제 한번이라도 선생님을 속인 일이 있기에 신의가 없다 하십니까. 달도 다 기운 한 밤에 찾아오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가을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야 전들 어찌 하겠습니까? 하면서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한다”는 화담의 은근한 연정을 넌지시 받아서 ’가을바람에 지는 잎 소리를 낸들 어쩌겠느냐‘ 고 체념하는 듯, 속 타는 애정을 간절히 담고 있다.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임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 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다(황진이) 내 뜻은 우뚝 선 산과 같이 변함이 없건만 임의 정은 흐르는 물처럼 스쳐 가는 것인가. 임께서 가신다 해도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산 아래 흐르는 물도 산을 못 잊어 저토록 소리 내어 울며 가는 것‘이라면서 자기의 사랑을 다짐하고 스승의 속마음까지도 깊이 헤아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