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하낭송시

그 사람이 보고 싶습니다/ 松谷 조 덕 현

zkvnclsh20 2007. 12. 31. 14:11

      그 사람이 보고 싶습니다
                          松谷 조 덕 현 (고은하 낭송)
      오늘같이 
      실바람에 궂은 날에는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더우기 
      살구꽃잎 눈발처럼 휘날리는
      오늘 같이 가슴 시린 날에는
      더욱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박꽃같이 하얀 얼굴은 아니었지만
      진달래꽃 같은 미소를 늘 잊지 않아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으로 남은
      그 사람이 보고 싶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좋은 일이 있을 때에 
      제일 먼저 와서 웃음을 주었고
      내가 슬픈 일을 당할 때에 
      늘 제일 먼저 곁에 와서 눈물지었던
      벚꽃같이 하얗고 발그레한 
      수줍은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오늘같이 하얀 꽃 파문(破門)을 일으키는 날에는
      그 사람이 문득 보고 싶습니다.
      더우기 그 사람은
      수년 동안의 허리 중병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의 작은 고뿔을 더 염려했던 사람이었으며
      자신의 건강을 묻는 나의 질문에는 늘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지요.’ 라는 
      알 수 없는 말과 잔잔한 미소만 남긴 채
      내색 없이 불가에 출가(出家)한 사람이라서인지
      오늘같이 하얀 꽃잎 뚝뚝 떨어져
      가슴이 아리고 시린 날에는
      산사의 큰북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며 고뇌(苦惱)할 
      그 사람이 더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2003.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