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김용화 눈 내리는 저녁 ..김용화 저녁눈 설핏하게 떠도는 날은 고향마을 찾아들고 싶다 아이들 한바탕 떠들다 돌아가고 시누대밭 참새들만 춥다고 조잘대던 저녁 어스름, 그집 앞 지나다가 나풀대던 단발머리 보고 싶다 외양간에 늙은 소 거친 숨 몰아쉬던 소리 들릴 듯하다 바다와등대·김용화 2012.12.31
중년 / 김용화 봄날 / 김용화 봄날, 따뜻함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차가움으로 인해 숨지는 것들, 그 참담함. 봄날, 어머니의 품안처럼 빛의 손길 닿는 곳마다 울려퍼지는 저 탄성, 소생의 기쁨, 푸른 희망들! 아침마다 눈뜨는 새싹들의 눈빛이 아름답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이 어디에 숨겨져 있었나. 계절이 뒤척.. 바다와등대·김용화 2010.04.15
강이 보이는 숲 길에서 강이 보이는 숲 길에서 김용화 강이 보이는 숲 길 나는 숲으로 난 그 길에서 수많은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나는 불타는 노을 그 강에서 수많은 그리움을 보았습니다 내 안으로 길이 만들어지고 내 안으로 강은 반짝이며 반짝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당신으로 향한 내 발자국 내 그리움 어느덧 아득한 ..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9.26
가을의 초대장 가을의 초대장 가을이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꼭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만 그대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만약, 그대가 못 갈 사정이 생기시더라도 죄송하지만 그대의 시간을 훔칠 계획입니다 나뭇잎마다 시화전을 한다는군요 예쁜 잎새에 시를 한편 쓰고 색깔을 넣어서 대..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8.26
좀 더 괜찮은 나였으면 좀 더 괜찮은 나였으면 글 : 김용화 백목련처럼 순백하지 않더라도 계곡물처럼 투명하지 않더라도 나이들수록 내가 조금 더 순수했으면 늙어 주름진 얼굴과 낙엽진 머리칼이 민망해도 마음 하나만은 보송보송 윤기가 흘렀으면 가진 것 없어도 넉넉하고 낮은 곳에서도 푸른 하늘을 마음..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7.07
당신한테 물들어/ 김용화 당신한테 물들어 김용화 올 봄에도 뭇 꽃이 저렇게 피고 지는데 당신 마음에 꽃물 들지 않았나요 글쎄요 산이면 산 들이면 들 나무며 풀들이 온통 초록인데 당신 마음에 초록물 들지 않았나요 글쎄요 당신한테 물든 사이 봄이 후딱 가버렸소 걱정하지는 않소만 영 지워지지 않을 것 같소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3.24
봄비로 쓰는 편지 / 김 용화 봄비로 쓰는 편지 / 김 용화 봄비 몇 가닥 골라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뒤뜰 산수유가 노오란 점처럼 꽃망울이 생겼네요. 봄비 오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오후 내 안의 뜰에도 봄비가 내립니다. 봄비 오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창밖을 내다보는 것으로도 마음이 편합니다. 지난 겨울에 ..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3.24
희망을 만들어요 / 김용화 희망을 만들어요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일과 격렬하게 한판 승부를 다한 후에 잔잔한 호수와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평온함이 찾아 온다. 삶은 실로 고단한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다했을때 선량한 마음과 함께 한없이 기쁘고 새로운 희망이 창조된다. 희망은 가만히 앉아..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3.24
당신과 나/김용화 당신과 나/김용화 나는 책을 읽고 당신은 손톱을 깎는다. 나는 꽃에 물을 주고 당신은 신문을 본다. 나는 다가올 봄을 생각하고 당신은 푸른 바다를 생각한다. 나는 늙으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당신은 군대간 아들을 생각한다. 나는 가끔씩 어지러운 사회를 생각하고 당신은 꿈결같은 인생을 생각한다. ..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3.24
내가 또 머뭇거리고 있구나/김용화 내가 또 머뭇거리고 있구나/김용화 내가 또 머뭇거리고 있구나. 안개처럼 공허감이 들 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발목을 묶는 것은 차가운 쇠사슬이나 끈이 아니었다. 잴 수 없는 무게로 짓누르는 삶 살을 파고들며 꽁꽁 묶는 공허감 나는 갇혔다. 시계는 현대를 가르키고 회초리같은 문명은 너무나 인간.. 바다와등대·김용화 2009.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