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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끄럽고 원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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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kvnclsh20 2008. 6. 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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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덟에 눈물 흘리다 일어섭니다 [200]
  • 황토황토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1711662 | 2008.06.01
    • 조회 10484 주소복사

    어젯밤 나가지 못했습니다.

    밤새 인터넷 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보고 말았습니다.

     

     

    저 여학생의 착한 눈빛을 보다 나도 모르게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80학번입니다.

    당시 싸움은 지금보다 수십배 극렬했고 잔인했으며 수시로 죽음의 그림자를 이겨내야 했습니다.

    한 선배는 3층에서 1층까지, 사복들에게 발목만 잡혀 거꾸로 끌려내려오면서도 "군부독재 타도!"

    구호를 부르짖었습니다.

    당시 허리 척추가 망가져 단 한번도 맘놓고 달리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후배는 학내까지 지랄탄, 사과탄, 최루탄을 터트리며 진주한 경찰들을 피하려고 2층에서 뛰어내리다 무릎이 망가졌습니다.

    내 친구는 진압봉에 머리를 맞아 왼쪽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습니다.

    그래요.

    우린 386입니다.

    일부 잘난 386은 당시 싸움의 댓가로 정계에 진출해 금배지를 달았고, 그중엔 심재철처럼 배를 뒤집은 인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묵묵히 싸웠던, 사수대로 선봉에 나서 숱한 피를 뿌렸던 대다수 386은 외환위기의 거센 격랑을 헤치며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80년대 싸움의 성과를 곧바로 얻지 못했지만 그 희생이 있기에 우리나라 정치사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나는 선배와 후배, 친구와 달리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그 일만으로도 가끔 술을 마시면 지울 수 없는 부채의식에 괴로워합니다.

    단지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는 것만으로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그렇게 20년을 살았습니다.

    우리 아들, 딸, 조카들은 아버지와 엄마, 삼촌들이 겪은 폭력과 더 이상  마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부질없는 생각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또 아이들이 피를 흘려야 하는지, 왜 피눈물을 흘리며 정권을 향해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그렇습니다.

    또 우리들 잘못입니다.

    막아야 할 것을 막지 못하고 똑바로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으려 한 죄입니다.

    그런 체념과 게으름이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날아오는 폭력을 불렀습니다.

    우리 잘못입니다.

    30년전, 10여년간의 싸움을 마치고 다시 돌아보지 않은 잘못입니다.

     

    다시 나섭니다.

    밤새 인터넷 중계를 보느라 부릅뜬 눈으로 시청에서 청와대까지 달려가겠습니다.

    30년 전 그랬듯, 또 주먹을 움켜쥐겠습니다.

     

    나가기 전 사진을 또 한번 봅니다.

    딸들아...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출처 : 박수칠때 떠나는 사람
    글쓴이 : 땡큐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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