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목소리
시간은 덧없다.
고대 힌두의 속담에 의할 것 같으면
시간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괴물이다.
덧없는 시간 속에서 삶은 흘러간다.
짧은 생의 많은 부분을 일상적인 일들이 차지해 버리고,
뚜렷이 비극적인 사건이 있거나
크게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걷잡을 수 없는
삶의 허무함이 나를 엄습한다.
짐승들은 밖의 것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인간은 자기 안에 있는 것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과연 삶의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가?
그것은 삶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고(苦),
저 고타마 싯달타가 알아차렸던 '두카'인가?
허무함 또는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됨의 부조리?
시간의 되돌릴 수 없음?
함정은 도처에 있다.
우리를 지쳐 쓰러지게 하는 것들.
그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삶의 길을 떠났던 한 여행자를 나는 알고 있다.
그는 그것을 '내면의 길'이라고 불렀다.
지도조차 없는 여행. 니르바나로의 여행.
나는 강과 산을 건너 그를 따랐다.
한동안 내 삶이 그렇게 흘러갔다.
강을 만나면 강가를 걸었고,
숲을 만나면 그 나무 아래서 잠들었다.
병들면 아파했고,
기차가 쉬는 낯선 곳에 무작정 내려서
먼 들판을 걷기도 했다.
그렇게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나는 그 여행자가 곧 나 자신임을 알았다.
내 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류시화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