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미군 부대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익힌 아버지는
버스 엔지니어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버셨습니다.
그 덕에 동네 아이들이 책보를 들고 다닐 때,
우리 언니들은 값비싼 가죽 가방을 메고 다녔습니다.
막내 언니가 태어날 때쯤,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급기야 회사를 남에게 넘겨주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습니다.
어느 초겨울 저녁이었지요.
막내 언니가 아버지께 차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언니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돈이 있을 때는
언니에게 회수권 살 돈을 주셨지만
돈이 없을 때는
아버지 친구이신 버스 기사님이 챙겨 준 회수권을 주셨지요.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어른이 사용하는 버스 토큰을 언니에게 주시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는 그 다음 날
당신이 쓸 버스 토큰을 딸에게 주시고
새벽에 회사까지 걸어가셨답니다.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 회사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가야 하는 먼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테지만
추운 날
당신 딸이 이른 아침부터 먼 길을 걸어갈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으셨겠지요.
잘나가던 회사 사장에서
졸지에 그 회사 엔지니어가 되신 아버지.
하지만 당신은 가족을 위해 자존심을 버려 가며
정말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나도 당신의 그 사랑을 생각하며
따뜻한 부모가 되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