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의 씨앗 ♤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로버트 테스트
언젠가는 나의 주치의가
나의 뇌기능이 정지했다고 단정할 때가 올 것입니다.
살아있을 때의 나의 목적과 의욕이 정지되었다고 선언할 것입니다.
희망의 씨앗 그때, 나의 침상을 죽은 자의 것으로 만들지 말고
산 자의 것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나의 몸을 산 형제를 돕기 위한 충만한 생명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나의 눈은 해질 때 노을을,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얼굴과,
여인의 눈동자 안에 감추어진 사랑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은 끝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피는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주어
그가 먼 훗날 손자들의 재롱을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나의 신장은 한주일 혈액 정화기에 매달려
삶을 영위하는 형제에게 주시고,
나의 뼈와 근육의 섬유와 신경은
다리를 절고 다니는 아이에게 주어 걷게 하십시오.
나의 뇌세포로 말 못하던 소년이 함성을 지르게 하고,
듣지 못하는 소녀가 그녀의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를 듣게 하여 주십시오.
그 외에 나머지들은 다 태워서 재로 만들어
들꽃들이 무성히 자라도록 바람에 뿌려 주십시오.
당신이 뭔가를 매장해야 한다면 나의 실수들을, 나의 약함을,
나의 형제들에 대한 편견들을 매장해 주십시오.
나의 죄악들은 악마에게,
나의 영혼은 하느님에게 돌려보내 주십시오.
우연한 기회에 나를 기억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필요할 때 한 나의 친절한 행동과 말만을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부탁한 이 모든 것들을 지켜준다면 나는 영원히 살 것입니다.
뇌사장기기증 시,
최대 10명 이상의 이식 대기자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고,
인체조직기증까지 할 경우에는 50명 이상이
새 생명과 함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뇌사가 아닌 일반적으로 죽을 때(사후 장기기증)에
양쪽 각막을 기증하면2명이 앞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저마다 나름대로 힘든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릇된 욕심이나 지나친 과오를 저질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더 힘든 고난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의 의지나 목표와는 다르게 삶이 어렵고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기에
팔자소관이라는 말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구두쇠 짓을 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이기성이 강한 냉정한 사람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손해를 덜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 자신밖에 모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들도
삶의 고난을 겪게 되면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남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게 되는 법이이어서
순탄하고 호강스러운 삶을 산 사람보다는
삶의 힘든 고비를 많이 겪은 사람이 마음도 더 깊고
타인에 대한 인정스러운 배려가 더 많으며,
봉사정신을 갖추지 못하여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을 안쓰러워하고
고난과 위기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더 배려하게 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모든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일 겝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의 씨앗이 돼줄 수 있으며,
그 무엇으로라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씨앗이 될 수 있을 때
그 순간 참,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요.
다른 이를 웃게 하기보다는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는 사람,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주기보다는 마음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
다른 이에게 마음을 내어주기보다는 고통과 아픔을 주지 않는 사람,
그리하여 어떤 식으로든 다른 이에게
희망을 준다면 참 행복을 아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 귀한 생명으로 와서
자신만을 위해 살다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인가의 가슴에 씨앗으로 남아 꽃을 피우고는
그 씨앗이 또 다른 씨앗을 남기고,
그 씨앗이 또 다른 씨앗을 남기고 또 남긴다면,
세상은 한결 더 아름답게 밝고 따듯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눈과 귀가 되고 심장이 되고 다리가 된다면,
그렇게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누군가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면,
죽어도 살아 있다는 것, 아마 맞을 것 같습니다.
“장기기증 희망서약으로 희망의 씨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한 글귀가 새겨진 등록증을 받는다면
마치 큰 부자라도 된 듯, 마음이 그들먹해지고
오히려 내 가슴에 한 아름 희망이 담길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