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을 그리움으로 산다해도
詩.박현웅(낭송;고은하)
흐르는 그리움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면
여지없이 벼랑을 만나 폭포가 되고맙니다.
저 밑바닥을 온몸으로 부딫히고
허공으로 산산히 부서지는 절규의 역류.
가슴 한쪽이 저도 모르게 움푹 페이고
눈앞이 흐려 의지할 곳이 없다며
눈물로 흐르는 물보라는
가슴벽에 쓰린 상처를 가리는
우산이끼를 수없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떠나지 않고는 감당 못 할 어둠,
무엇인가 잃어버린 시선으로 무작정 나서는 보고픔은
허공을 할퀴며/ 어둠을 찢고 떨어지는 유성의
뜨거운 불덩이에 가슴을 까맣게 태우고 돌아섭니다.
밤새 피곤으로 앓는 시린무릎을
양손으로 깍지끼며 감싸 안으면/ 어깨를 좁혀
무릎에 기대는 가슴은 바로 당신의 모습입니다.
점점 보폭이 넓어지는 세월을 앞질러
내가 향하는 곳 어디든 달려오는 그리움,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채우지 못한
인연의 억겁 세월을 그리움으로 산다해도 좋습니다.
가슴이 부수어지고 까맣게 타서
내 그리움이 당신의 가슴까지 흐르지 못하는 날에도
끝내 당신을 향해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