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흐르는 가요

기다림,설레임 -강허달림-

zkvnclsh20 2009. 11. 9. 10:08

 

기다림, 설레임 - 강허달림

반딧물 춤추던 곳에 앉아
밤새껏 웃음을 나눴지
휘둥그레진 눈빛 사이로 들어오는
찬란한 빛의 움직임 쫓아
하염없이 가다 보면
어느새 한 움큼 손에 쥐어진
세상들 설레임들

그누가 널 보았든 간에
숨길 수 없이 드러내든지
빼곡히 들어찬
숨결조차 버거우면
살짝 여밀듯이 보일듯이 너를 보여줘
그럼 아니 또 다른 무지개가 널 반길지

난 그저 나 이었을 뿐이고
넌 그저 너 이었을 뿐인
너도 나도 나도 너도
너나 할 것 없는 세상에 생각에
시선에 말들에 웃음에
이미 별볼일 없는 것들이진 않아

기다림 속에서도
활짝 웃을 수 있겠지
아무렇지 않는 듯
흘려버린 시간들 공간들도
얘기할 수 있겠고 그래

기다림이란 설레임이야
말없이 보내주고도
기쁠 수 있다는건
바보 같은 이...

 

 

 

한국 블루스 록 보컬의 자존심. 강허달림. 2005년 EP [독백] 이후 3년만의 정규앨범

강허달림의 음색은 놀랄 만큼 부드럽고 몽환적이나 그가 살아내야 하는 세상은 치열하고 비정하다. 그래서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기에 알맞은 음색으로 그는 '제대로 산다는 것'의 절박함을 노래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그 부드러움의 속살을 뚫고 나온 우리네 인생살이의 어떤 단단한 진실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의 장에는 어김없이 자연의 느낌이 함께한다. 때로는 우리를 한없이 큰 품으로 안아주는 하늘과 바다의 모습으로 혹은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이름 없는, 그러나 강인한 작은 들꽃의 느낌들……. - 영화감독 임순례

80년대 한국 밴드 음악을 이끌었던 여성 보컬리스트 한영애, 정경화 등의 계보를 잇는 신세대 보컬리스트 강허달림이 2005년 발매한 EP <독백>에 이어 3년 만에 정식 데뷔음반 [기다림, 설레임]을 가지고 다시 찾아왔다. 자극적인 성향과 댄스, 일렉트로닉 한 사운드가 주류를 이루는 국내의 가요시장에 어쿠스틱한 밴드 편성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그녀의 활동이 기대된다. 또한 침체된 국내 밴드음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임을 예상해 본다. 요즘에 주목을 받는 Amy Winehouse와 같이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리드미컬한 느낌과 감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음악은 80년대, 90년대의 실력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즐겨 들었던 분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인국 (GuitarLab 편집장)

노래하고 싶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노래는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닌 선택된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래는 “운명처럼 던져”졌고, 그녀의 “발길은 멈출 곳을 모르고” 끊임없이 그녀를 걷게 하였습니다.

그녀는 도전했습니다. 항상 노래를 향한 절박함은 그녀에게 세상을 향한 무모한 도전을 강요했습니다. 그녀는 “참 무모해, 무모하다 못해 절박하지, 제대로 산다는 건”이라고 노래합니다.
그녀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많이 그녀에게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나 둘 같은 길을 걷던 사람들이 그 길 밖으로 사라지던 순간에도 그녀는 그 길에 남아 홀로 걷고 있습니다. 그녀는 항상 “쓰러져 또다시 쓰러져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웃음 짓고 아무 일 없단 듯이 그렇게” 노래했습니다.

노래로 세상을 열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취객들의 고함 소리가 가득한 클럽에서, 혹은 객석이 반쯤 비어있던 허름한 무대에서도, 모두가 흥에 겨워 신나게 춤추던 그녀 자신의 공연에서도, 관객이 넷뿐이던 친구들을 위한 작은 콘서트에서도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저 노래를 즐기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이었습니다. 닫아 놓은 마음을 열기 위해 그녀는 노래를 했고, 그녀의 노래와 “작은 숨결에, 몸 사위에 세상은 소통”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강허달림입니다. 계속 달려가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를 강허달림이라고 부릅니다. 쓰러지거나 길가에서 쉬는 삶보다 그녀는 힘들거나 지친 순간에 쉬는 것보다 한걸음 더 앞으로 내 달리는 것을 택했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지어 준 이름은 자신의 삶의 모습이 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그녀를 강허달림이라 스스럼없이 부릅니다.

강허달림 1집이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담금질이 된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이 있습니다. 2005년 가을 4곡을 담은 작은 싱글 앨범을 발표했던 그녀가 다시 스스로 가사를 만들고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해서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그녀 스스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가사로 만든 노래는 거짓이 없어 오랜 여운을 가지고 가슴에 남습니다.

강허달림 1집에는 힘이 있습니다. 슬픔을 노래하는 순간에도 결코 절망으로 빠져들지 않는 힘이 강허달림의 1집에는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슴 아픈 기억의 가사를 노래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침잠하기 보다는 다시 일어서 그녀의 이름처럼 또 달릴 것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그녀는 이 척박한 음악 시장에서 자신의 힘으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니까요.

강허달림 1집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음반을 만드는 내내 그녀는 음악 이외의 조건들과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런 뮤직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직접 제작한 음반에는 강허달림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받쳐주는 위대한 선배 연주인들의 연주만이 남아 있습니다. 한때 강허달림이 몸담기도 했던 신촌 블루스 엄인호씨와 저스트 블루스의 채수영씨의 기타는 음반에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강허달림 1집에는 순수함이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조금은 고집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녀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실이 담겨있어 항상 강합니다. 질주하고 분노케 하며 흐느끼게 하거나 한숨 쉬게 하고 미소 짓게 합니다. 그녀의 음반이 상업주의와 타협하지 않은 음반임에도 충분히 흥겹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음악 아래 깔린 순수한 음악에의 열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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