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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음악] 돌아가고 싶은 고향

명상

by zkvnclsh20 2010. 6.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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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禪이란 무엇인가?

      禪이란 집착에서 벗어나 본성과 실체를 추구하는 정신활동이다.
      禪을 수행하려면 잊고, 벗어버리고, 끊고,
      뛰어넘는, 忘脫斷超(망탈단초)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시를 짓는 마음 또한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선과 시를 설명하는 元好問의 이 글이 지금까지 많이 인용되고 있다.

      詩爲禪客添花錦 禪爲詩家切玉刀 (시위선객첨화금 선위시가절옥도)
      시는 선에게 비단에 꽃을 더하는 것이요 선은 시에게 옥을 다듬는 칼과 같다

      詩는 禪에게 있어 모양을 예쁘게 꾸며주는 錦上添花(금상첨화)의 역할을 하고,
      선은 시에게 알맹이를 넣어 주는 切磋琢磨(절차탁마)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후세에 어느 시인은 ‘선이면서 선이 없는 것이 시요,
      시이면서 시가 없는 것이 선이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 말대로 하자면 선시를 음미하는 것이 禪을 행하는 것임은 자명하고,
      그냥 시를 읽는 것 또한 禪일 터이니
      參禪하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음미하면
      마음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 것이다.

      月夜瞻鄕路 浮雲颯颯歸 (월야첨향로 부운삽삽귀)
      緘書參去便 風急不聽廻 (함서참거편 풍급불청회)
      我國天涯北 他邦地角西 (아국천애북 타방지각서)
      日南無有雁 誰爲向林飛 (일남무유안 수위향림비)

      달밤에 고향 가는 길 쳐다보니 뜬구름이 바람 타고 돌아가네
      저 구름 편에 편지를 부치려하나 바람이 급해 하고픈 말 들리지 않겠네
      우리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는데 남의 나라 서쪽 모퉁이까지 왔노라
      남쪽 나라 천축에는 기러기도 없는데 누가 내 고향 계림으로 날아서 가려나
      - 慧超(혜초)

      往五天竺國傳(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출신 당나라 유학승 慧超(혜초)의 詩다.
      인도에 가서 성지를 순례하고 佛道를 닦으면서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스님이 지었다고 모두 선시는 아니다.
      이 시는 나그네 길에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한 일반적인 한시라 하겠다.
      이제부터 대표적인 선시 몇 수를 소개한다.

      懷州牛喫草 益州馬腹脹 (회주우끽초 익주마복창)
      天下覓醫人 灸猪左膊上 (천하멱의인 구저좌박상)
      회주 땅의 소가 풀을 뜯어 먹는데 익주에 있는 말의 배가 뻥뻥하다
      내가 아파 이름 난 의사를 찾았더니 돼지 왼쪽 어깨에다 뜸을 떠주더라

      고려시대 선승 眞覺國師 慧諶(진각국사 혜심)이
      깨달음의 경지를 설명하며 예를 들어 던진 선시다.
      회주와 익주는 부산과 신의주 보다 더 멀어 수만리 떨어져 있다.
      아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도 돼지에게 뜸을 뜬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너와 나를 분별하지 않으며,
      우주 삼라만상과 모든 생명이 하나가 되는
      解脫(해탈)의 세계를 어찌 조리에 맞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위에 소개한 시가 佛法을 가르치는 일종의 傳法詩(전법시)다.

      逍遙堂 太能(소요당 태능)스님의 전법시 한 수를 소개한다.

      百千經卷如標指 因指當觀月在天 (백천경권여표지 인지당관월재천)
      月落指忘無一事 飢來喫飯困來眠 (월락지망무일사 기래끽반곤래면)

      수만 권의 경전은 손가락질 같아서
      손가락 따라서 하늘에 있는 달을 보지만
      달이 지고 손가락 또한 잊어도 아무 일 없으니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게나

      온갖 경전에 쓰인 교리는
      그저 깨달음으로 이끌어주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보면 뭐하나.
      달은 진리 또는 본질이요,
      손가락은 경전 또는 수행법을 의미한다.
      수단이나 도구에 집착하지 말고
      목적이나 본질을 추구하라는 뜻으로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이 스님은 진리건 경전이건 모두 다 헛된 것이라 말한다.
      깨달음의 경지는 생각과 분별 모두를 버리고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듯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말씀이다.

      이러한 자연스런 상태는 삶과 죽음에서 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스님들이 죽음을 맞이하며 그 느낌을 표현한 涅槃頌(열반송)이나,
      임종하면서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臨終偈(임종게)가 있다.
      이 시들을 통해 스님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閱過行年六十七 及到今朝萬事畢 (열과행년육십칠 급도금조만사필)
      故鄕歸路坦然平 路頭分明曾未失 (고향귀로탄연평 로두분명증미실)
      手中纔有一枝筇 且喜途中脚不倦 (수중만유일지공 차희도중각불권)

      지나온 세월 예순 일곱 해 오늘 아침 이르러 모든 일 마쳤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넓고 평탄해 앞길이 분명하니 헤맬 일 없겠다
      내 수중엔 겨우 지팡이 하나뿐이지만 발걸음 가볍게 하리니 이 역시 기쁘다
      - 圓鑑國師 沖止(원감국사 충지)

      고려시대 圓鑑國師 沖止(원감국사 충지)스님의 열반송이다.
      숙제를 다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고향 찾아가듯 저승으로 가는
      이 스님의 경지를 속세의 인간이 어찌 알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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