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가슴에 담아둔 눈물 한 그릇 있는가*-----*이민숙
가슴에 내린 비는 닦이지 않고
동면의 겨울날
꽁꽁 얼어버린 고드름처럼
따뜻한 햇볕에만 녹아서 닦여진다.
그래서 춥다...
아직 젖어 버린 온몸으로
커피를 마시고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바람으로 잠재워도
하얗게 서리 맞은 모양처럼
나도 모르는 살얼음이 앉았다...
춥다 춥다...
바람난 암고양이처럼
자꾸만 몸을 웅크린다...
햇살은 달그락거리는
거리의 소음에 휩싸여
나를 못 본체 어디론가 떠나간다
젖어 버린 가슴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아...언제쯤 가슴이 말라 질까
이 눅눅하고 시리도록
차가운 아픈 상처로
아침에 세수하고
점심밥 먹듯이 익숙해져
저녁에 다시 둥지를 트는
지독한 슬픔이 싫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뜨겁도록 흘려진 눈물을 담아 둘
그릇 하나 숨겨져 있다
울다가 눈꼽을 빠트려도
콧물을 빠트려도 좋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은
욕심의 그릇이 아직 존재하기에
나는 오늘도 살고 싶다...
그대는 가슴에 담아둔 눈물 한 그릇 있는가
겨울비에 외투 깃이 젖어도
시린 고독에 부들부들 떨어도
따뜻하게 담아 둘 눈물 한 그릇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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