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흐르는 가요

앨범 "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zkvnclsh20 2013. 1. 8. 10:41

 

 

 

1.싸구려 커피

 

2.느리게 걷자

 

 

 

 3.정말 없었는지

 

 

4.나를 받아주오

 

 

5.달이 차오른다 가자

 

6.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7. 아무것도 없잖아

 

 

 

 

 

당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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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26)에게 왜 밴드 이름에 ‘얼굴들’이 붙었냐고 묻자 “얼굴을 보고 (멤버들을) 뽑았는데 실력마저 괜찮았다. 새겨 들어주시기 바란다”는 답이 돌아왔다. ‘싸구려 커피’ 등 그의 음악 속 재치가 오롯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요즘 홍대 인디씬과 인터넷은 시쳇말로 ‘장기하가 대세’다. 장기하가 양팔을 위 아래로 휘저으며 부르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인터넷에서 ‘텔 미’ 못지않은 UCC 제작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장기하의 춤을 패러디함은 물론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그룹 산타 에스메랄다의 ‘돈 렛 미 언더스투드’의 음악과 영상을 편집해 한 네티즌이 만든 ‘달찬놈’ UCC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가하는 이와 같은 음악 팬들의 관심에 대해 “저는 제 자신이 청중이라면 과연 재미를 느낄까 하는 것에 염두를 두고 음악을 만든다”며 “저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들은 분명 재미있게 들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생각 보다는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서 선보인 장기하의 춤이 화제다고 묻자 “어떤 곡에 그에 어울리는 특정한 기타 리프를 얹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곡에 어울리는 춤 동작을 한 것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의 몸짓 하나가 꾸며진 것이 아닌 ‘장기하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음악처럼 솔직했고 자연스러웠다.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 꽁초가…’

 

장기하의 음악이 인기인 이유는 또 있다. 특유의 창법과 노랫말이 그것. 장기하는 ‘싸구려 커피’에서 자취생들의 애환을 담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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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십대 중반 나이답지 않게 70년대 이전 한국 음악의 묘미를 가사와 음에 적절히 활용하는 묘미도 발휘했다. ‘싸구려 커피’의 ‘뭐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 부분과 ‘느리게 걷자’의 ‘워찍하까~~’ 부분은 마치 판소리의 아니리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장기하에게서 송창식과 산울림, 이장희의 느낌이 난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장기하는 이에 대해 “가사를 만들 때 한국말 자체가 가진 운율을 보존하려 노력하는 편이다”며 “좀 더 말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다 보니 그런 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산울림 1, 2집과 송골매 1집은 내게 음악적으로 큰 자극을 준 앨범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장기하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서울대 출신이다. 최근 컬트 팬들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홍대 인디씬은 아직 ‘배고픔’의 장소로 통한다. 명문대 출신으로 좀 더 편안한 길을 걸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과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었을까?

 

“앞 일은 모르는 거죠. 음악을 가장 중점적으로 할 것은 확실합니다만 그것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그것만 할 거고, 그럴 수 없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일도 해야겠죠.”

 

장기하에게선 성공에 대한 조바심과 불안을 엿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현 상황을 물 흐르듯 지켜보겠다는 여유가 느껴졌다.

 

인터뷰 말미, 자신을 “좋은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고 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음악적 바람을 밝힌 장기하. 또 "많은 분들의 관심이 돈으로 연결되면 다른 시도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선 순수함과 동시에 음악에 있어 자신을 인디 혹은 오버로 구분짓지 않겠다는 자유로움이 엿보이기도 했다.  

 

 확실히 뜬 장기하, '그냥 웃긴' 가수 아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이 본 '장기하와 얼굴들'

(오마이뉴스)



굳이 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장기하는 커뮤니티와 게시판에서 이미 '인기 스타'다. 만약 '올해의 짤방'이란 부문이 있다면 그건 분명 장기하의 '달이 뜬다, 가자'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까 장기하의 저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제가 웃긴가요?"라고 물은 장기하는 사실 웃기지 않다. 그의 노래는 굉장히 잘 다듬어진 노래다. 그게 웃긴 건 무대매너나 가사가 풍자적이어서 그렇다. 그러니까 그건 키치와도 좀 다른 것이다.


1990년대 중반, '홍대 앞 인디씬'의 구성원들은 언론이 홍대 앞을 다룰 때 항상 '황신혜 밴드'나 '크라잉 넛'을 거론하면서 이 동네를 '이상한 애들이 넘쳐나는 동네'로 묘사한다고 불평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던 황신혜 밴드는 '키치'를 대중음악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정작 음악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 장기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보면,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물론 사람들이 장기하를 '개그 코드'로 소비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음악은 따라 부르기가 좀 어렵지만 따라 부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장기하의 음악적 뿌리는 1970년대의 한국 록과 포크다. '싸구려 커피'를 비롯해 '느리게 걷자', '정말 없었는지' 등을 들으면서 신중현과 엽전들을 비롯해 4월과 5월, 송골매와 산울림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는 적어도 가장 진지한 가사를 쓰는 음악가 중 하나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 KBS <이하나의 페퍼민트>에 출연한 장기하. ⓒ KBS   장기하

 

사실 '싸구려 커피'가 겨냥하는 건 88만원 세대의 공포심이다. 88만원 세대의 공포는 88만원의 인생이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이십대가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지 못하는 데 있다. '싸구려 커피'는 '장판에 쩍 붙었다 떨어지는 발바닥'의 일상이 한때의 고생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공포심으로 부르는 노래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허술한 것 같지만 잘 다듬어진 가사는 위트 있는 코드 진행과 더불어 남다르게 만든다.


장기하가 발견한 미덕은 가요의 위트다. 그리고 그건 가사가 아니라 멜로디와 화음에 있다. 트롯 리듬을 바탕으로 구술처럼 쏟아지는 가사의 운율에서 위트가 느껴지는 '싸구려 커피’를 비롯해 후반부에 등장하는 화음과 코러스가 관습을 깨뜨리는 '정말 없었는지' 등은 그의 음악이 꽤 정교하게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들은 지금 여기의 일상과 사운드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눈뜨고 코베인'과 함께 한국어 노랫말과 1970년대 사운드에 대한 계승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밴드다. 그래서 장기하에 대한 이런저런 시선들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 PD저널

 

어떤 점에서는 그 예전 황신혜 밴드와 함께 겹치기도 한다. 지금 사람들이 장기하를 소비하는 건 어떤 맥락일까 살펴보게 된다. 물론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런 오만함을 성찰하지 못할 정도로 막돼먹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장기하를 '그냥 웃긴 가수'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노래로 우리 자신을 좀 더 음미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정도로 '위트 있는 가요'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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