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나 늙어 현직에서 물러나면

zkvnclsh20 2006. 3. 13. 17:41
    ** 나 늙어 현직에서 물러나면 **
    
                    詩 / 靑松 권규학
    나 늙어 현직에서 물러나면
    물 맑고 공기 좋은 곳
    산과 들과 하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거다
    산에 묻혀
    오두막 옆에 텃밭을 일구고
    산나물, 머루, 다래 따 먹으며
    산사람으로 욕심 없이 살 거다
    들에 묻혀
    넓은 들녘, 들꽃과 들풀을 뜯고
    맑은 강, 물고기 천렵하며
    야인(野人)으로 유유자적, 그렇게 살 거다
    하늘에 올라
    둥둥 떠도는 구름과 친구하고
    반짝이는 별님과 대화하며
    허공을 노니는 바람으로 살 거다
    하지만 
    산이 반겨줄지
    들이 받아줄지
    하늘이 쫓아내지나 않을지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이 태산이다
    어쨌거나 나 늙으면
    산이야, 들이야, 하늘이야
    말을 하든, 하지 않든
    노래하는 산새
    출렁이는 들녘
    둥둥 떠다니는 하늘의 구름과
    오래도록 말벗하며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갈 거다
    사랑도, 우정도, 미련도, 연민도
    삶과 죽음의 번뇌와 갈등도
    있는 듯 없는 듯 접어둔 채
    산과 들과 하늘에 묻혀
    맑고 고운 자연인으로 살아갈 거다.(060313)
    
출처 : 서정이 흐르는 강
글쓴이 : 靑松 權圭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