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다 / 이 성숙
(낭송:고은하)
한 세월 세상 밖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몰랐다
창문 틈으로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간질거려도 아이들이
이 산 저 산으로 뛰어다녀도
그녀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가 사랑을 주었다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숲이 우거지고 나뭇가지에
아기 주먹만 한 과일이 보인다
한 번도 날아가 따먹을 엄두를
그녀는 내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세상 밖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꽃향기가 날아오면 꽃 이름을
궁금해 했고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으면 그 맛이 무슨 맛일까
하루해가 다 갔다
갑갑해 몸부림을 쳤다
흙담처럼 허물어 내렸다
몽그라진 손으로 살며시 문을 밀쳤다
자물쇠가 걸려 있는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가둔 적이 없었다
낙엽이 하나 둘 지고
바람이 연출한 가을은 차곡차곡 쌓였다
냉한 가슴에 온기가 전해오고
그녀는 홀씨가 되어 날아갔다
그녀는 지금도 행복할까
다시 또 새장을 그리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