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하낭송시

파초선 연가 - 詩' 김영인

zkvnclsh20 2007. 12. 7. 11:55

파초선 연가 - 詩' 김영인 밥그릇이 높으면 생일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회초리는 빈 쌀독 같은 두려움이었어 어깨가 뒤뚱거릴 만큼 책가방이 무거울 때 매달 확인해야 했던 성적은 절벽같은 아찔함이었고 내 키를 훌쩍 넘긴 아들 꼭 맞는 쪽빛 운동화 손에 쥐었다 찢어진 돼지 저금통이 생각날 땐 변심한 연인과 헤어진 밤 기울이는 술잔처럼 비참하였지 하얀 싸리꽃비 내리던 날 한 평생 살다보니 두려움보다 비참함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리운 이 다시 볼 수 없는 당신의 눈꺼풀이라며 버섯꽃 까맣게 가슴에 피우다 쓸쓸히 북쪽을 향해 차갑게 누워 버린 내 아버지 그래, 이제 알겠더라 내 가슴에 그대를 담아보니 이제야 알겠더라.
낭송 - 고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