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머뭇거리고 있구나/김용화
내가 또 머뭇거리고 있구나.
안개처럼 공허감이 들 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발목을 묶는 것은
차가운 쇠사슬이나 끈이 아니었다.
잴 수 없는 무게로 짓누르는 삶
살을 파고들며 꽁꽁 묶는 공허감
나는 갇혔다.
시계는 현대를 가르키고
회초리같은 문명은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다.
겨울 들판에는
메마른 풀들로 덮여져 있었고
지난 계절을 살고 살아왔던
저 흔적마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때로는 배운 것을 모두 던져버리고
단순해 지고 싶었다.
메마른 풀들 옆에 눕고 싶었다.
갈대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내가 또 머뭇거리고 있구나.
그래도 일어서서 가야 한다.
아니, 단연코 가야 한다.
Those were the days - Alex F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