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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사랑...

좋은글

by zkvnclsh20 2009. 6. 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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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사랑/이정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닐 듯싶은데
    난 그때마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해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나에게는 머언 나라의 종소리처럼 느껴집니다.
    한때는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야기할 수 없는
    당신들이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때
    분식집 구석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런 여자였지요.
    공무원도 해보고 사무실에도 있어보았지만
    그 돈으로는 동생들 학비조차 되지 않더라고
    밤마다 흠뻑 술에 젖는
    그런 여자였지요.
    그녀를 만나고서부터
    내겐 막니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막니가 생겨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그녀에게서 느꼈을 때
    그녀는 이미 먼 길 떠난 뒤였지요.
    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
    숲속 길은 둘이 걷고
    조용한 찻집 한 귀퉁이에 마주 앉아
    귀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님을 믿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주어도
    채울 수 없는 사랑의 깊이를
    아직 난 잘 모르고 있으므로
    내게 아픈 막니를 두고 떠나간 그 여자처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기댈 수 있게
    한쪽 어깨를 비워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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