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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i Anthem] Gelem, Gelem

사랑의음악실

by zkvnclsh20 2010. 3. 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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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em, Gelem

 

Gelem, gelem lungone dromensar  먼길을 여행하면서 나는, 행복을 나누어주던
Maladilem baxtale Rromencar  어느 집시 가족을 보았네, 나의 형제, 로마여
A Rromalen kotar tumen aven  굶주린 아이들을 이끌고, 천막 하나 짊어진 채로
E chaxrencar bokhale chavencar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A Rromalen, A chavalen
  오, 로마여, 유랑의 후손들이여, 생의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Vi man sasa bari familja
  우리에겐 많은 가족과 이웃이 언제나 함께였지만
Mudardas la i Kali Legia  검은 군대가 그들을 죽여버렸소
Saren chindas vi Rromen vi Rromnien  남자고 여자고 가리지 않고
Maskar lenoe vi tikne chavorren  심지어 젖먹이 어린이까지
 
A Rromalen, A chavalen
  오, 로마여, 유랑의 후손들이여, 생의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Putar Dvla te kale udara
  하늘이시여, 당신이 열어준 검은 문으로
Te saj dikhav kaj si me manusa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Palem ka gav lungone dromencar  어디로 가야 할지를, 우리는 또다시 먼길을 가야 합니다
Ta ka phirav baxtale Rromencar  로마 민족의 행복을 찾아 먼길을 가야 합니다
 
A Rromalen, A chavalen
  오, 로마여, 유랑의 후손들이여, 생의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Opre Rroma isi vaxt akana
  세상의 집시들아, 그대들 어디에 있든
Ajde mancar sa lumaqe Rroma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지금이 바로 그 때다
O kalo muj ta e kale jakha  검은 눈동자 검은 피부여, 포도알들이 하나의 송이를 이루듯
Kamava len sar e kale drakha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일어서라, 로마 민족아!!
 
A Rromalen, A chavalen
  오, 로마여, 유랑의 후손들이여, 생의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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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집시에 대한 자료들을 하나둘씩 찾다보면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가운데 첫 번째는, 무려 1천 년 이상 뿔뿔이 흩어져 유랑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하나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들은 서구 개념의 문자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 자긍심은 집시들이 자신의 종족을 칭할 때 쓰는 용어인 'Roma'라는 단어에서 결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Roma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그것도 그냥 사람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사는 사람, 다시 말해 자신들 민족만의 삶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 온 한 핏줄의 사람을 의미한다. 그 사람(Roma)들의 언어가 바로 '사람들의 언어'인 로마니어(Romani)다. 넓고 넓은 세상 가운데 그가 어디에 있든 사람들의 언어인 로마니어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는 같은 핏줄의 형제 자매인 것이다. 11세기부터 이동을 시작한 이들 로마 민족은 14, 15세기의 중세 유럽 시절에 인구의 절반 이상을 학살당했고(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는다) 나치 독일 시절에는 무려 50만 명이 넘는 동족을 가스실과 인체 실험실에서 잃었다(예나 지금이나 99.8 퍼센트의 가드조(집시가 아닌 타민족)들은 유대인 학살의 역사만 '교육'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로마니어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오늘날에 와서는 각각의 지역 언어와 뒤섞여버렸기 때문에 하나의 로마니어 단어에도 다양한 유사 발음과 방언의 형태로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산스크리트어에 기원한 동일한 계통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토록 불가사이할 만큼 자신들만의 언어를 소중히 지켜왔지만 불행히도 집시에겐 문자가 없었다. 아니, 문자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긴급한 상황이나 이동 경로의 표식을 남겨둘 때는 풀잎이나 나뭇가지 등을 이용한 파테란Patteran이라는 자연물 표기법이 고도로 발달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자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던 보다 중요한 이유는, 국가를 형성해 본 경험이 없었다는 점, 다시 말해 왕과 같은 절대 통치권자가 집시의 세계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자가 등장하여 거대한 피라미드 또는 기념비를 세우면서 자신의 치적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미디어로 개발해낸 것이 바로 설형문자, 상형문자, 표의문자, 표음문자 들 아니었던가.

 

  - 왕이 없으면 문자가 없고 문자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

 

그러니 많은 서구인들이 집시=로마들에게 손가락질하며 "문자도 없고 역사도 없는 야만의 족속들"이라고 폄하하는 건 무엇을 잘못 알고 하시는 말씀이다. 조금 전의 문장을 로마들의 입장에서 뒤집어 발음해 보면 이런 의미가 된다.

 

 1) 단지 기록된 역사만 없을 뿐 민족의 정체성은 모든 집시들의 가슴에 고스란히 계승되어 왔고

 2) 숲 속에서 생활하고 유랑의 길을 나설 때 우리들만의 표현 방식으로 충분히 소통해 왔다. 책장에 박힌 깨알 같은 문자만 없었을 뿐이지 세상의 모든 숲과 길은 우리의 영토로 다스려 왔다.

 3) 우리는 왕의 신민이 아니라 한 사람(Rom) 한 사람 (Rom)이 저마다의 높은 긍지를 지닌 Rom들의 집합=Roma이다. 세습되는 왕권 치하의 납세자 신분을 거부하고 정주(定住) 대신 유랑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부족(Vista)의 대표는 구성원 모두의 참여로 선출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우리는 계승해 왔다. 너희는 단지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을 뿐이다.

‘페르샤 집시의 춤’이라는 이름의 사진엽서


 

 

그렇다.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좋게 보면 '숲 속의 요정 같은 사람들' 나쁘게 보면 '불결하고 불필요한 거지 민족'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요정도 아니고 거지도 아니다. 50만의 동포들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질식해 쓰러져 간 제2차 세계대전은 감당키 어려운 최악의 시련이었고 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오늘날의 로마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500만 명 가까이 분포된 전세계 로마들의 통합된 국제 기구도 만들었고 일체감을 고양시키기 위한 로마의 깃발과 로마의 노래도 제정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듣고 계시는 노래 젤렘 젤렘은 어둡고 긴 학살의 시대를 살아 남은 로마니 민족의 통합과 다시 일어섬을 의지하는 노래다. 이 노래의 곡을 쓴 밀란 아이바조프는 당시에는 강한 중독성을 지닌 이 멜로디를 그의 할아버지에게서 처음 전해들었다고 한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초창기에는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집시들 사이에서 구전됐으나 알렉산더 페트로비치 감독의 영화 <Skupljaci perja(깃털 구매자들)>에 <행복한 집시 가족을 만났네>라는 제목으로 삽입되면서부터 유럽 전역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8년 국제로마니연맹의 제네바 회의에서 International Romani Anthem의 공식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 곡은 한 가지 버전으로만 불리는 것은 아니다. 집시들의 지역 분포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지금 이 노래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방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 소개한 버전은 <Road of Gypsies>라는 편집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어느 지방 방언으로 부른 곡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절부터 4절까지의 노랫말 발음이 며칠 전 인터넷에서 구한 가사와 텍스트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여기에 싣기로 했다. - 아마도 로마를 발음할 때 '더블 R'을 강하게 발음하는 것으로 보아 러시아나 헝가리의 집시 방언인 듯하다. 별다른 교재도 없는 상황에서 처음 시도해 보는 로마니어 번역이었기에 직역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짙은 화장처럼 의역을 했다.

 

 

● 노랫말 중에 처음에는 비장하게 반복되다가 점점 힘을 주어 발음하는 후렴구의 Rromalen은 집시 한 사람Rom의 집합 Roma(여기까지는 남성명사)와 결혼한 집시 여성(Romna)을 포함한, 책임감이 부여된 삶을 살아야 하는 '집시 부족의 성인 전체'를 의미한다.

 

 

Chavalen은 로마렌이 거느린 어린 식솔들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유랑의 후손'으로 번역했다. 아무래도 한글로 로마 로마를 두 번 이상 발음하다 보면 그룹 칭기츠칸의 옛날 노래도 생각이 나고 소매치기떼가 득시글대는 이탈리아 반도의 어느 도시 이름도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 참고로 로마 시내의 그 유명한 소매치기 조직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로마=집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탈리아의 로마들은 예술이나 수공업 방면에 종사하면서 비교적 우아한 생활을 누리고 있고, 로마의 소매치기는 대부분 본토박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 보시다시피 이런 헛갈림을 피하기 위한 오버 블로킹이었음을 이해하시길. - 진짜 로마니 소매치기는 로마가 아니라 프라하 등 동유럽에 많다는 점도 참고^^

 

 

● 게다가 로마 사람(집시)들의 자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은 시오노 나나미표 로마인들의 속물적 자만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우주적 자긍심' 수준이기 때문에

 

  A Promalen, A Chavalen / A Promalen, A Chavalen

  로마사람 성인이여, 로마사람의 아이들이여 × 2

 

이렇게 평면적인 직역으로는 원래 의미의 백만 분의 일도 전달이 안 되겠기에 부득이 두 번째 반복되는 후렴구는

 

'생의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 의미 : 전 세계의 모든 집시들

을 호명하는 것으로 옮기게 되었다.

 

 

● 마지막 절의 Opre Roma는 앞으로 많이 접하게 될 로마니 민족 통합의 공식 슬로건이다. Opre Roma가 보다 정확한 표기이며 '일어나라, 로마 민족이여!'라는 뜻이다.

 

 

● 이것 말고도 좀 이상하다 싶은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게시판 덧글로 달려 있던 텍스트를 그나마 간신히 찾아낸 것이기에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비교적 공식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로마니어 - 영어 번역본의 텍스트 수준은 정말이지 조악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에 일단 이 정도로도 노래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 이 노래의 제목인 Gelem Gelem의 뜻은 인터넷의 로마니어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었으나 로마니어 - 독일어 번역본을 참고했을 때, 우리 말로 옮기면서 약간의 억지만 더 보탠다면 '간다 간다 나는 간다'쯤 되는 것 같다. 참고로 이 노래의 다른 버전을 구하기 위해서는 Gelem / Jelem / Zhelem / Djelem / Opre Roma / Romale Chavale / Romani Anthem / Rromano Dives 혹은 The Gypsy's Song 등 엄청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네이버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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