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비 원 의 길

zkvnclsh20 2006. 9. 3. 12:23

      비 원 의 길 조 각 별 나도 떠나가면 사람들의 가슴에 못이 되고 구멍이 될까? 감추어둔 말과 아껴온 몸짓 모진 한으로 푸르게 싯푸르게 박혀 그 도려내는 끄트머리 온 몸을 꿰뚫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아련히 서성이는 발끝마다 묵은 날들이 터지고 삶이 깎여 검게 삭을 때 영혼부터 뼛속부터 욱신거리는 그런 대못 될 수 있을까 때때로 몸이 어둑거리면 문득 돌아보는 나의 구멍 간절히 들여다본다 굵은 생의 마디 우직끈 잘려나간 어둠의 분화구 아직도 생생한 그 언저리 찟겨진 그리움 슴벅슴벅 생살처럼 살아서 눈빛만 스쳐도 출렁! 부어오르는 얼룩진 웅덩이들...... 나도 누군가의 고름 든 피 멍울로 진 종일 못 박힌 적 있던가 누군가의 목숨 같은 눈물 가슴이 터지도록 마셔 본적 있던가 내가 흩뿌린 지난날들 사람들의 양지에서 양지로만 푸른 싹을 틔웠구나 아 고쳐놓기엔 너무 먼 길 너무나 늦어버린 길 말없이 두 무릎 꿇어보네 가만히 한 걸음 등뒤로 숨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