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흐르는 가요

어떤날 - 1집 1986

zkvnclsh20 2012. 12. 13. 12:12

 

 

 

아티스트 : 어떤날 1기(1986년)

아티스트 라인업

조동익 - 보컬, 베이스 기타

이병우 - 보컬, 기타

 

음반 이름 : 어떤날 I (1960 .1965)

음반 구분 : 정규, studio - 1집

발매 일자 : 1986-12-10 / 대한민국

 

 

수록곡들

Side A

1. 하늘

2. 오래된친구

3. 그날

4. 지금 그대는

5. 오늘은

 

 

 

Side B

1. 너무 아쉬워 하지마

2. 겨울하루

3. 비오는 날이면

4. 오후만 있던 일요일

 

 

 

전곡듣기

 

이젠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지만 앨범 커버에 쓰인 1960과 1965란 숫자는 밴드의 두 멤버, 조동익과 이병우가 태어난 해를 적어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 앨범을 만들 당시 조동익은 스물여섯 살이었고 이병우는 스물한 살이었다는 얘기이다. 대부분의 음악천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두 명의 청년 역시 20대 초반의 나이에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영원히 빛날 ‘마스터피스’ 한 장을 탄생시켰다. 핑크 플로이드와 팻 메스니를 좋아하던 두 청년은 처음 만난 날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은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팀을 결성하였다. 그 팀의 이름은 어떤날이었다.

 

 

음악적인 면으로 볼 때 80년대는 다양함의 시대였다. 주류 시장에선 조용필, 전영록, 송골매 같은 스타들이 TV 무대를 장식하고 있었고, 반대 편에선 들국화, 김현식, 신촌블루스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이 신촌과 대학로의 언더그라운드 무대를 지키고 있었다. 또 한편에선 이문세, 유재하 등이 한국 팝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린 명반들을 발표했으며, 시나위, 부활 등으로 대표되는 헤비메탈 뮤지션들 역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렇게 질적·양적으로 풍요롭던 시기에도 어떤날의 존재는 특별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례를 받아온 포크와 퓨전 재즈, 록 등을 앨범에 고루 담아냈지만 그렇다고 딱히 어떤 장르로 나눌 수 있는 음악은 아니었다. 차라리 조금 억지스럽게 말한다면 그들의 장르는 ‘고요한 전율’이나 ‘고요한 파장’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은 사춘기 소년 같은 감수성으로 “창밖에 빗소리에도 잠을 못 이루는 너, 그렇게 여린 가슴”이라 노래하기도 하고, “너무 아쉬워 하지마, 기억 속에 희미해진 많은 꿈”이라며 조용조용 위로해주기도 하지만, 그 조용한 소곤거림 속에는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같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단순히 ‘그날’에서 이병우가 들려주는 강렬한 기타 연주 때문만이 아니라 모든 노래, 모든 소절마다에는 어떤날만이 들려줄 수 있는 울림이 있었고 그 울림은 지금껏 경험할 수 없던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하늘’ ‘그날’ ‘너무 아쉬워 하지마’ 등 대부분의 노래들이 바로 그런 ‘조용한 울림’과 ‘고요한 파장’을 전해주는 노래들이다. 또한 ‘지금 그대는’과 ‘겨울하루’ 같은 소품들은 기타리스트가 아닌 보컬리스트 이병우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 서늘한 노래들이다.(진재명)

 

 

 

 

이 앨범은 발매 당시 들국화나 김현식의 앨범들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가끔씩 라디오 전파를 통해 몇몇 노래들이 흘러나왔을 뿐이었고, 그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앨범에 대한 얘기들이 전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앨범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져갔다. 또한 후대의 음악인들에게 끼친 영향력은 들국화와 김현식 그 이상이었다. 이 앨범은 따로또같이의 앨범 등을 통해 서서히 인식되기 시작한 편곡과 세션의 개념을 완전히 정립시킨 앨범이었고, 전문 보컬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노래를 들려줄 수 있음을 보여준 거의 최초의 앨범이었다. 20년 전 그 때의 젊은이들이 어떤날의 음악을 들으며 감동했던 것처럼,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꼭 그 만큼의 나이를 먹은 새로운 세대들 역시 어떤날의 음악에 위로를 받고 감동을 받는다. 언젠가 마이 앤트 매리의 리더 정순용은 조동익을 가리켜 “옆에 있어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이 앨범 역시 바로 그런 앨범이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어주는 앨범. 한 장의 앨범을 표현함에 있어 그것만큼 위대한 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