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知何處可藏身(부지하처가장신) 漁村酒肆豈無處(어촌주사기무처) 但恐匿名名益新(단공익명명익신) 지식 낮은데 이름 높고 세상 위태로우니 어느 곳이 이 몸을 숨길 곳인지 알지 못해 고기잡이 마을이나 술 집 왜 장소 없으랴만 다만 이름 숨기다가 이름 더 새로움 두려워. 위의 시는 경허(鏡虛, 1857~1912)선사의 시이다. 계묘년(1903, 46세)에 범어사에서 해인사로 가는 도중에 지은 시라 했으니 어쩌면 자신의 미래를 내다본 스스로의 참회인 듯도 하다. 다음해 갑진(1904)년 석왕사의 오백나한 개금불사에 참여하였다가 행방을 감추었으니, 위의 시는 이를 미리 예고한 듯 하다. 선사의 나이 46세면 그 명망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시기이니 이름이 높다함이 사실의 기록이요, 1903년이면 국내외의 사정이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이니 세상 위태롭다 함도 체험적 사실인 것이다. 몸을 숨길 곳이 없다 한 이 심정이 이후로 행방을 감추려는 예고적 실토인 듯도 하다. 이로부터 10년 동안 어촌이나 술집에서 세상의 눈으로는 방탕자요 종교계의 시선으로는 파계인과 같은 몸가짐이지만 기실은 세상을 벗어났다가(出世間) 다시 벗어난 세간마저 벗어난(出出世間) 초탈적 자유인이었다 할 것이다. 만년의 장발복유(長髮服儒)는 공자(孔子)가 강조한 사무(四毋) 곧 나라는 생각을 말며(毋意) 기필코라고 단정하지 말며(毋必) 고집하지 말며(毋固) 나를 주장하지 말라(毋我)함의 실천적 상징이었다. 이런 행위를 유자로 보면 철저하게 가르침을 실천한 분이요 불자로 보면 완벽하게 해탈한 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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