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이 그림에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짝짓기에 열중하고 있는 개 두 마리이다. 개의 짝짓기라니, 그림의 제재로는 워낙 속된 것이기에, 이 그림은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중략)...
인물을 보자.
한 성인 여성과 몸종으로 보이는 처녀가 소나무 앞에서 개의 짝짓기를 감상하고 있다.
그런데 여인은 소복을 입고 있다. 상중인 것이다. 기와를 얹은 담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인은 꽤 지체가 높거나 부유한 상류층의 여인이다. 시방 상중인 이 여인은 담장 안에 '갇혀' 있다. ...(중략)...
짝짓기를 하는 것은 개뿐만이 아니다. 개의 위쪽을 보면 참새 세 마리가 있다.
자세히 보면 두 마리는 땅에 내려앉아 짝짓기를 하고 있고, 그 위의 한 마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날개를 파닥이고 있다. 짝짓기에서 배재된 이 놈은 과부와 같은 신세다. 담장 밖 나무에 분홍색 꽃이 피었으니, 바야흐로 봄이 한창이다.
화창한 봄날 과부는 계집종과 우연히 개구멍을 통해 들어온 개 두마리가 짝짓기 하는 것을 본다. 게다가 참새까지 짝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여인은 상중이되, 남편의 상중이다. 부모의 상중이라면 이런 그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봄날의 과부라? 생각나는 것이 없는가? 나는 이 그림이 혜원의 그림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혜원은 과부의 성(性)을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다. ...(후략)...
긴 갓끈은 멋들어지게 어깨에 걸쳤는데 아마도 함께 갈 낌새지만 안 그럴지도 행여 알 수 없다. 두 연인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그만 사랑하는 기생이 권문세가의 첩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우는 평소 재주와 학문이 뛰어나 뒷날 크게 쓰일 인물입니다. 공께서는 아녀자 일로 나라의 인재를 정녕 죽이시렵니까?” 화제로 쓴 시구가 들어 있는 한시를 그가 지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장의 그림이 소설 한 편보다 더 소상하다.
왼쪽에는 어떤 사내가 역시 여인과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다. 과연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그림의 시간은 왼쪽 위편에 달이 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밤중이다. 길 양쪽의 담장은 모두 기와를 얹었고, 오른쪽 담장 안은 거창한 기와집이다. 이 그림은 포교가 밤에 서울의 고급 주택가를 순라 도는 장면인 것이다. 담장 너머에서 두 남녀를 엿보고 있는 젊은 여인의 신분은, 옷차림으로 미루어 보아 기녀이다. 나도 내가 생각해 낸 스토리를 올리지는 않겠다
기생의 몸종인 듯한 노랑저고리의 여자가 오입쟁이 앞쪽으로 엎드려 있다. 기생임이 분명하다. 그 사이 오입쟁이와 몸종이 방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래에도 역시 녹음이 무성한 나무가 있다. 날이 더우니 기생이 전모를 썼을 것이다. 한여름에 누비이불을 덮고 있는 것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누비이불을 덮은 것으로 여겨진다.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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