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양애희

가을의 노래/양애희 낭송/이충관

zkvnclsh20 2008. 9. 22. 17:48

                가을의 노래 / 양애희
                낭송/이충관


                가을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애써, 하늘 우물가에서 찾지 않아도
                가슴의 문앞에 선 별에게 묻지 않아도
                달가에 노늬는 추억을 곱게 찧지 않아도.

                누군가 자꾸만 그리워지고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가슴에 묻은 은빛 추억을 꺼내
                시 한줄 쓰고 싶으면 가을이다.

                흐린 풍경에 갈색 추억이 일렁이듯
                이유를 묻지 않고
                까닭도 모를
                입벌린 달빛이 관통한 풍경에 잠 못 들면
                가을이다.

                꿈꾸는 시간의 기둥이 옷깃을 여미고
                잠든 기억의 풍경이 붉어지고
                닿지 않은 침묵이 혓바닥처럼 날름거리고
                국화잎에 맺히는 이슬방울이 무늬를 모으면
                가을이다.

                작은 풀벌레 소리에도 가을이 있고
                바스락거리는 억새에서도 가을이 있고
                빛바랜 몇장의 나뭇잎에 부는 바람결에도
                내뱉은 고독이 어지러워 뒹구는 거리에도
                마냥 가을은 가을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