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김용화
봄날, 따뜻함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차가움으로 인해 숨지는 것들, 그 참담함.
봄날, 어머니의 품안처럼 빛의 손길 닿는 곳마다
울려퍼지는 저 탄성, 소생의 기쁨, 푸른 희망들!
아침마다 눈뜨는 새싹들의 눈빛이 아름답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이 어디에 숨겨져 있었나.
계절이 뒤척일때마다 경이로운 자연의 표정들 앞에서
나는 그저 숙연하다. 감사한 일이다.
삼월 끝자락에 나는 핏빛 동백꽃을 보았네.
형언할 수 없는 꽃들의 승화,
그날만은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동백꽃의 열정으로 나는 다시 태어났으니까.
또 다시
내가 좋아하는 백목련이 피었고
내가 좋아하는 진달래가 피었네
숱한 나날
스스로를 차가움의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괴로움에 가두고
삶은 한낮 먹구름 흐르는 잿빛 하늘일 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언제나 봄날같은 느낌이리라.
아아 봄날, 내가 아직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