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계월드음악

V.A - 세상의모든음악8집 [저녁에,당신에게]

zkvnclsh20 2017. 12. 11. 14:34




    곡 소개

    01_ La Boum - L’Orchestre National de Lyon (Cond. Vladimir Cosma)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을 마음 벽에 붙이며 청춘을 건너간다. 영화 '라 붐(La Boum)'의 소피 마르소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장기투숙 중인 '당신'일 것이다.
    리처드 샌더슨이 부른 라 붐의 주제곡 'Reality'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으면 세월과 함께 성숙한 '당신'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루마니아 출신의 작곡가 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는 프랑스 리옹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음반 [Vladimir Cosma dirige l'Orchestre National de Lyon; 블라디미르 코스마, 리옹 국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에 이 곡을 수록했다.
    한 편의 영화가, 한 곡의 영화음악이 얼마나 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머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La Boum', 섬세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소피 마르소를 만나는 듯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음악 8집 [저녁에, 당신에게...]를 여는 곡으로 망설임 없이 이 곡을 선택했다.

    02_ Ceu de Santo Amaro 산투 아마루의 하늘 - Flavio Venturini & Caetano Veloso




    가을 저녁, 깊고 푸르고 어둑한 하늘이 펼쳐질 때 'Ceu de Santo Amaro'를 듣는다면, 그리움을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침묵하는 공기를 부드럽게 흔들며 시작되는 기타의 선율, 그리고 이어지는 플라비우 벤뚜리니(Flavio Venturini)의 목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브라질을 이루는 두 개의 축이 '열정'과 '그윽한 깊이'라면 브라질 대중음악의 기수 Flavio Venturini와 그의 오랜 친구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는 '그윽한 깊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다.
    두 거장이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 곡, 잘 알려진 것처럼 Bach의 'Arioso'에 가사를 붙인 곡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문득 다 사라지고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고, 세상 모든 것이 그들의 사랑에 헌신하기 위해 있는 것 같다'고 노래하는 사랑의 찬가다.
    남성 듀오가 이토록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줄 수 있다니, 그것도 브라질의 남자들이...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브라질을 잘 모르고 있었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03_ Friendship - The Real Group




    리얼 그룹은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미 '아 카펠라의 전설'이 되었다.
    스웨덴 왕립음악원의 졸업연주회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로 서른 해 동안 그들은 북유럽의 감성을 담은 음악에서부터 클래식, 전 세계의 포크 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화음이 닿지 않은 곳은 어디일까? 피카소 그림의 진짜 매력은 철저한 기본기에 있는 것처럼 리얼 그룹의 진짜 매력도 그들의 목소리가 표현하는 묵직한 기본기에 있다.
    그 위에 펼치는 화려하고도 다양한 음악의 결, 공연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는 뮤지션인지를 증명한다.
    'Friendship'은 리얼 그룹의 멤버 Anders Edenroth가 아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한 번뿐인 인생의 항해를 떠나는 아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삶에 잘 도달하기를, 진정한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며 멋진 항해를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04_ Ciao Ninin - Fabio Concato




    '햇살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목소리에도 시인의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탈리아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파비오 꼰까또(Fabio Concato)가 나직하게 'Ciao Ninin'을 부르는 순간, '이 목소리는 시인의 목소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쓴 시를 읽고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예술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안녕, 니닌...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사랑을 노래에 실어 보내.' 머뭇거리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사각사각 써내려가는 Fabio Concato의 러브레터가 저녁에, 당신의 우편함에 도착해 있다.

    05_ In Stiller Nacht 고요한 밤에 - The Idan Raichel Project (Ft. Andreas Scholl)




    성스러운 종소리, 피아노, 그리고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의 미성,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뮤지션 이단 라이헬(Idan Raichel)의 이국적인 선율이 클래시컬한 선율과 만나고, 후반부에는 타악기가 역동적인 분위기까지 고조시킨다. 바로 이런 것이 '세상의 모든 음악'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작곡가이자 키보드 연주자인 Idan Raichel은 이스라엘 음악만이 아니라 중동의 이국적 선율과 북아프리카 음악까지 아우르는 에스닉한 음악을 선보인다.
    평소 Idan Raichel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는 Andreas Scholl, 그는 'In Stiller Nacht'를 피처링하며 이 독특한 뮤지션과 의미있는 작업을 했다.
    중동의 이국적인 선율과 클래식의 조합으로도 흥미롭지만, 이스라엘과 독일 예술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무척 아름답다.

    06_ Passage of the Heart - Omar Akram




    음악에는 그 음악이 자란 토양이 있다. 그러므로 어디에서 새로운 꽃을 피운다 하더라도, 하다못해 침묵이나 한숨 속에도 그 토양의 흔적이 스며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오마르 아크람(Omar Akram)의 음악에서는 서걱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모래가, 파미르 고원에서 불어온 바람이 만져질 것 같다.
    Oma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프랑스, 체코, 쿠바, 미국 등에서 보냈다. 다양한 나라를 떠돌며 살았던 Omar는, 자신이 겪은 문화적 차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였다'고 썼다.
    그 대범하고 깊은 자세가 그의 음악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진 다양한 문화를 용광로처럼 녹여내면서도 자신을 길러낸 토양을 잊지 않는 Omar Akram의 음악, 'Passage of the Heart'에서도 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07_ Alexandria - Evanthia Reboutsika (Ft. Caroline Lavelle)




    그리스의 여성작곡가 에반씨아 레부치카(Evanthia Reboutsika)의 음악은 그리스를 넘어 지중해를 품은 음악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프랑스에서 음악공부를 한 그녀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나 마노스 하지다키스와는 조금 다른 그리스 음악을 들려준다. 그녀는 전생에 집시가 아니었을까?
    기타와 바이올린은 물론이고 부주키와 타악기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의 정서를 폭넓게 아우르는 선율과 악기의 배합이 그녀의 음악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푸르고, 맑고,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Alexandria'의 가을 하늘에서 Evanthia Reboutsika는 'Salam'(평화)를 읽어낸다.
    그녀의 음악 혼을 영국 출신의 보컬 Caroline Lavelle이 굵은 실로 짠 타피스트리처럼 더없이 잘 표현해내고 있다. Evanthia Reboutsika의 첫 번째 작품집 '별과 소망'(To Asteri Kai I Evgi)에 수록되어 있는 'Alexandria'에는 'Ya Salam'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랍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Salam'이라는 단어가, 'Alexandria'의 저녁 하늘에 번지는 노을처럼 당신에게도 번져가기를...

    08_ Den Tara 눈물 - Skruk




    노르웨이의 스크루크(Skruk) 합창단은 월드뮤직의 진정한 정신을 오랜 세월 실천하고 있는 합창단이다.
    북유럽의 음악은 물론이고 안데스 성가와 러시아의 민요에 이르기까지, 그 지역의 정서에 녹아들어 그 지역의 사람들처럼 노래한다.
    '모스크바 발랄라이카 4중주단'의 발랄라이카 연주에 맞춰 러시아의 민요를 노래하는 스크루크 합창단은 아름답다.
    '나'이면서 동시에 '그들'이므로. 그래서 '나'와 '그들'을 '우리'로 이어주므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다 보면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영혼을 자주 만난다. Skruk 합창단이 펼쳐 온 오랜 활동처럼.

    09_ Oblivion - Tomeu Estaras




    Astor Piazzolla의 1984년 작품 'Oblivion'은 이탈리아 영화 '엔리코 4세'를 위한 영화음악이었다.
    이탈리아 영화와 아르헨티나 탱고의 행복한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Piazzolla가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Oblivion'은 Piazzolla의 음악이 마침내 도달한 평온한 언덕 같다.
    밀롱가의 느린 리듬이 잃어버린 퍼즐들을 천천히 불러오는 것 같은 'Oblivion'은 반도네온이나 기타, 첼로 등 수많은 악기로 연주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Oblivion'은 없을 것 같았는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또메우 에스따라스(Tomeu Estaras)의 리코더 연주는 그 예상을 유쾌하게 뛰어넘는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최초의 악기였던 리코더가 이렇게 훌륭한 악기였던가!
    Tomeu Estaras는 마치 전설 속의 피리 부는 사나이 같다. 리코더 연주로 듣는 'Oblivion', 이 느긋하고 뭉클한 감동은 Astor Piazzolla의 힘일까,
    리코더에 혼을 불어넣은 연주자 Tomeu Estaras의 능력일까? 귀가, 마음이 행복해진다.

    10_ Waltz - Kari Bremnes




    노르웨이의 싱어송 라이터 카리 브렘네스(Kari Bremnes)가 들려주는 'Waltz'는 한 점의 그림 같고 한 편의 영화 같다. 낙엽 지는 늦가을 저녁에 지펴놓은 벽난로의 불빛 같은 곡, 일렁이는 추억 속의 그를 불러와 영혼의 왈츠를 추는 슬픈 연인이 그려진다.
    추억 속에서 불러낸 당신, 달빛 아래에서나 온 밤을 지새울 때 홀연히 만날 수 있는 당신. 결코 지겨워지지도 않고 늙지도 않을 당신, 그의 숨결을 마주하는 순간을
    Kari Bremnes는 'Waltz'라고 표현했으리라. 현실의 춤이 아니라 영혼의 왈츠를 추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Kari Bremnes의 목소리에서, 악기의 표현에서 느껴진다.
    북유럽과 아일랜드의 매력을 뒤섞어 놓은 것 같은 Kari Bremnes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신화처럼 느껴진다.
    늦가을 저녁, '부재중인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목소리다.

    11_ Fields of Gold - Arild Andersen, Frode Alnæs, Stian Carstensen




    '서풍이 불어와 보리밭이 일렁일 때면 당신은 나를 기억하겠죠.
    황금빛 들녘에서 그녀는 말했죠. 내 곁에 있어줘요. 내 사랑이 되어주세요.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린 황금빛 들녘을 함께 거닐겠죠. 우리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스팅의 노래로 귀에 익숙한 'Fields of Gold'를 노르웨이 거장들의 연주로 듣는다.
    아릴드 안데르센(Arild Andersen)이 들려주는 콘트라바스는 드넓은 들녘 같고,
    프로드 알네스(Frode Alnæs)의 기타 연주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스티안 카르스텐슨(Stian Carstensen)의 Banjo 음색은 황금빛 들녘을 비추는 햇살 같다.
    스팅의 목소리가 없어도 스팅의 목소리가 연상되듯, 언젠가 스팅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는다면 그때에는 이들의 연주가 귓가에 아른거릴 것 같다.
    노르웨이의 거장들이 들려주는 묵직하고 따뜻한 선율에 기대어 황금빛 들녘을, 빛나던 한 시절을 헤아려본다.

    12_ Skye Boat Song - John Boswell




    스코틀랜드 민요 'Skye Boat Song'은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스카이 섬 인근의 뱃사공들에게 구전되어 내려오던 이 곡은 영국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스코틀랜드 왕이 스카이 섬을 거쳐 국외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요로도 사랑 받고 있는 아름다운 노래지만, 'Skye Boat Song'에는 묵직한 역사적 아픔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미국 출신의 켈틱 뮤지션 존 보스웰(John Boswell)은 바로 그 서사를 피아노에, 첼로에, 휘슬에 담아내었다.
    아름다움만큼의 슬픔을 씨줄로, 슬픔만큼의 맑고 고운 느낌을 날줄로 엮어 담담하게 연주한다.
    이 노래에 아기를 태워 잠재우면 드넓고 평화로운 꿈을 꿀 것 같다.

    13_ Danny Boy - Aoife Ni Fherraigh




    세상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Danny Boy'가 있는 것일까?
    멀리 떠나는 연인을 위해 여인들이 불렀다는 노래,
    20세기에 들어서는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을 위해
    부모들이 불러주었다는 'Danny Boy'는 성악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대중 가수들도 앞 다투어 불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Danny Boy'가 존재하는지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가 'Danny Boy'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가수 Aoife Ni Fherraigh가 부르는 'Danny Boy'는 이별하는 연인에게 건네는 하얀 손수건 같다.
    그녀 목소리에 담긴 떨림을 '그리움'이라고 해석해 본다.
    Aoife Ni Fherraigh, 이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우리말 발음으로는 '이프 니 아리'라고 읽는다. 이렇게 읽기도 쓰기도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언어를 해독하며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것도 '세상의 모든 음악'을 접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14_ Dap 세례 - Sigvart Dagsland




    스팅의 목소리일까? 시그바르트 닥슬란(Sigvart Dagsland)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잠시 혼란스러울 것이다.
    '북유럽의 스팅'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르웨이의 뮤지션 Sigvart Dagsland은 교회합창단의 보이 소프라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가장 노르웨이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로 손꼽힌다. 'You call it love'로 유명한 Karoline Kruger의 남편이기도 하다.
    Sigvart Dagsland은 그의 고향인 Stavanger를 둘러싼 빙하와 피요르드 같은 음색을 가졌다.
    차가우면서 동시에 안개처럼 아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Sigvart Dagsland의 노래는 대체로 종교적 위안을 담고 있다. 'Dap'(세례)라는 의미를 가진 이 곡도 그렇다.
    고독한 삶에 던져진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신의 은총을 베일처럼 드리우는 목소리.
    Sigvart Dagsland의 노래야말로 세례 그 자체이자 고요한 평화다.

    15_ Winter’s Dream - Paul Winter




    가을 반, 겨울 반의 계절, 그 경계를 넘나들 때 눈이 내린다.
    사각이며 내려쌓이는 눈발,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려
    자꾸 문을 열어 확인하고 싶은 저녁, 그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꼽으라면 단연 폴 윈터(Paul Winter)의 'Winter's Dream'이다.
    눈이 내려 길을 다 지우고 나무마다 하얀 꽃을 피워놓은 한 겨울, 사랑하는 두 사람이 눈밭에 발자국을 만들며 걸을 때 그때 가장 어울리는 음악 역시 'Winter's Dream'이다.
    눈 내리는 꿈을 꾸고 싶은 날 듣고 싶은 음악도 바로 이 곡이며, 마음 속에 간절한 소망이 들어설 때 듣고 싶은 곡도 'Winter's Dream'이다.
    미국의 뉴 에이지, 재즈 뮤지션 Paul Winter는 뉴욕의 한 성당에서 'Winter's Dream'을 녹음했다.
    이 음악들이 성스러운 혼인의 음악이 되고, 사랑의 증거가 되기를 바란 Paul Winter의 꿈이 음악 속에 따뜻하게 녹아 있다.

    16_ You - Rod McKuen




    '영혼의 시인', '노래하는 성자'로 불리던 로드 맥컨(Rod McKuen)이 지난 겨울 세상을 떠났다.
    언제든 남루한 천막을 거둬 홀연히 떠나는 유목민처럼 살았던 그는 'Listen to the Warm'이라는 시집도 발표한 진정한 시인이었다.
    Rod McKuen이 부르는 'You'를 [저녁에, 당신에게...] 드리는 엔딩 곡으로 마련했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Rod McKuen'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지 못한 것만 같다.


    '작은 고양이의 걸음걸이처럼 밤이 오고 하루가 저물고 있네요.
    여름의 잔영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어요. 그러나 이대로 겨울이 온다 해도 상관없어요.
    바람 부는 생의 골목을 돌아와 나는 언제나 그대를 알아볼 테니. 큰 길 가의 언덕은 황갈색으로 물들었고, 마을엔 쓸쓸한 저녁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런 저녁이 찾아와도 괜찮아요.
    어둠 속으로 걸어 내려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알아볼 테니. 어떤 순간이 온다 해도, 어떤 계절이 온다 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첼로보다 더 그윽한 목소리로 Rod McKuen이 '당신'을 호명한다.
    그가 'You'를 부르면, 그 순간은 언제나 현실의 시간과 상관없이 낙엽 지는 늦가을 저녁이 된다

    저녁에, 당신에게 꽃다발을 대신해 브라질에서 노르웨이까지 세상 곳곳을 담은 이 음악을 드립니다.

    노을 지는 저녁 일상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해 줄 불멸의 영화 음악, 프랑스 리옹국립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는 “La Boum"을 비롯하여 까에따누 벨로주의 ”Ceu de Santo Amaro“,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In Stiller Nacht", 리얼 그룹의 ”Friendship", 로드 맥컨의 “You” 등 국내 미발매 음원들이 포함된 보석 같은 세계 월드뮤직 16곡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저녁에, 당신에게...]
    나의 저녁을 구성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열심히 일한 뒤에 남은 고단함, 쓸쓸함,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싶은 한숨, 이런 것들이 나를 늦가을 저녁 바람처럼 뒤흔들어도,
    나를 살게 하는 건 '한 줌의 믿음'. 그 믿음의 정체는 바로 '당신' 입니다.

    당신, 소금의 맛을 결정하는 건 3%의 불순물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97%의 순수한 무엇이 아니라 3%의 불순물이 나를, 당신을 결정할 지도 모릅니다.
    나는 소금이 아니므로 3%의 고단함이나 쓸쓸함이 내 인생의 향기를 결정하도록 만들지 않겠습니다.
    나에게는 97%의 당신이 있으니......

    소중한 당신, 저녁에 더욱 간절한 당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고 인사하면 울컥하는 당신에게
    꽃다발 대신 이 음악들을 보냅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던 첫 사랑의 연애편지처럼...]
    조금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나에게 '세상의 모든 음악' 은 운명적인 프로그램이다.
    어느 저녁 퇴근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음악들,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던 그 음악들을 만난 순간,
    '세상의 모든 음악'은 내 인생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위로를 받던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복한 프로듀서가 되었다.

    방송이 시작되는 저녁 6시... 일상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저마다의 쉼터로 돌아가는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음악'의 주제는 변함없이 '위로'다.
    어느 하루도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없음을 알기에,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던 첫 사랑의 연애편지처럼, 위로를 배달하는 사명감으로 충만한 집배원처럼
    '세상의 모든 음악'을 공들여 채워 왔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이 앨범이, 서투르지만 진심만큼은 가득했던 지난 시절 손편지처럼 여러분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올해로 열세 살을 맞은 '세상의 모든 음악'에 한결같은 감동으로
    세음의 언어를 채워주는 김미라 작가와 가슴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진행자 전기현 그리고
    변함없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애청해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애청자 여러분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듀서 안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