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炷淸香自得聞(일주청향자득문) 睡起有茶飢有飯(수기유다기유반) 行看流水坐看雲(행간유수좌간유) 한가로운 이 삶이여 시비에 오를 일 없거니 한가지 향을 사르며 그 향기에 취하네 졸다 깨면 차가 있고 배고프면 밥 있나니 걸으면서 물을 보고 앉아선 구름을 보네. 송대(宋代)의 요암청욕(了菴淸欲 1288∼1363)이 지은 '산거'란 제목의 시다. '마음자리'를 찾은 이는 절대무구의 순수한 자유를 누리게 마련이다. '마음'을 찾았는데 번거로울 것 없고 시비에 휘말릴 이유 또한 없다. 그러기에 '향을 사르며' '자득문(自得聞)'할 수 있는 것이다. 향은 냄새지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맑은 향을 사르며 들을 수 있는 묘오한 경지를 밝히고 있다. 절대무구의 자유는 3, 4구의 무애한 삶으로 이어진다. '졸다 깨면 차가 있고 배고프면 밥있나니'란 대목은 이미 더 이상 구할 바가 없는 경지를 말하고 있다. '마음자리'를 찾았으니 무욕이다. 더 탐하고 구할 군더더기란 없다. 때문에 심신이 안락한 삼매의 삶이 늘 이어진다. 3구는 그런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특히 '걸으면서 물을 보고 앉아선 구름을 보네'라는 4구는 언뜻 평범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기실 '자연과 하나된' 깨친 이의 경계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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