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城無處不開花(춘성무처불개화) 傍人若問惺牛事(방인약문성우사) 石女聲中劫外歌(석녀성중겁외가) 세상과 푸른 산 어느 것이 옳은가 봄 성 안에 꽃 피지 않은 곳이 없는데 옆 사람이 만일 성우의 일을 묻는다면 돌 여인의 가락 속에 겁 밖의 노래 있다고. 경허선사의 제천장암(題天藏庵)이란 시이다. 천장암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천장암에 있을 때 지은 시라는 의미이다. 청산(靑山)도 세상이기에 세상과 대립시켜 분별할 일이 아니지만, 세상은 일반인의 삶의 공간이고 청산은 삶과는 거리를 둔 은둔의 공간으로 보이기에 대립시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기서의 ‘봄 성’은 삶의 공간을 대표한 것이다. 꽃은 자연인 산과의 동일 공간이 될 수 있지만 봄 성은 산과는 먼 거리이다. 그러나 봄이라는 동일 공간에서의 봄 성에도 꽃은 만발한다. 곧 청산이든 춘성이든 동일공간이니 성(聖)과 속(俗)도 차별지음이 없이 동일한 것이다. 작자인 나는 이 동일한 공간의 어디에도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그러기에 있지도 않을 돌 여인의 노래인 세속 밖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이다. 시의 문맥은 성우와 석녀가 동일 인물로 보인다. 성우의 일을 석녀가 노래하기에 말이다. 성우라는 이름을 갖게 됨이 무명의 처사가 말한 ‘코 뚫림이 없는 소(牛無鼻孔)’에서 깨달아 얻은 이름이라면 일체무애의 자유인으로서 석녀와 맞서는 처지이다. 석녀는 여인이요 이에 맞서는 남성은 목인(木人)이니, 여기 겁외의 노래는 경허선사의 노래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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