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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居秋暝(산거추명) 산속 거처의 가을 저녁 /왕유(王維)

漢시의즐거움

by zkvnclsh20 2008. 9. 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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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고수장.jpg

[산고수장(山高水長)] 1960년대, 종이에 수묵담채, 67×180㎝

 

    '산속 거처의 가을 저녁' 山居秋暝(산거추명)

     

    空山新雨後  天氣晩來秋

    공산신우후  천기만래추

     

    明月松間照  淸泉石上流 

    명월송간조  청천석상류  

     

    竹喧歸浣女  蓮動下漁舟    

    죽훤귀완녀  연동하어주

     

    隨意春芳歇  王孫自可留

    수의춘방헐  왕손자가류

     

    * 산 속 거처의 가을 저녁

     

    빈 산에 비 갓 내린 후

    날씨는 어느새 가을되어

     

    밝은 달 솔 사이로 비추고

    맑은 샘 돌 위로 흐르네

     

    대숲이 부스럭, 빨래하고 가는 여인

    흔들리는 연꽃 아래 고깃배 지나가네

     

    봄날의 꽃향기 없은들 어떠하리

    나도 스스로 여기에 머무르리라...

     

    * 喧 : 떠들썩할 훤, 浣 : 빨래할 완, 隨意 : 그럴지언정

    春芳 : 봄꽃 향기, 王孫 : 귀족 자제들에 대한 범칭 

    왕 유(王 維)는 50세가 되었을 때 벼슬을 사직하고 장안(당나라 수

    도, 지금의 서안) 교외의 망천(輞川)별장에 은거하며, 주위 20 여곳의 

    경물(景物)들을 그린 시들을 지었습니다.

     

     망천집(輞川集)이라 이름한 책에 들어 있는 이 시들을, 후대 송(宋)

    의 소 동파(蘇東坡) 시인은 시속에 그림이 있다 하여 '詩中有畵'라고 

    평하였습니다.

     갓 내린 비가 씻은 맑은 가을 어스름 저녁.. 달은 이미 밝게 떠 있고

    맑은 샘물은 돌 위로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습니다. 고요한 정경

    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숲이 버석거리는 걸 보니.. 아하 앞 냇가에서 빨래

    를 마치고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는가 봅니다. 이어서 무성한 연잎들이 

    출렁 움직이는 걸 보니 흠.. 그 밑으로는 작은 고깃배가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겠고....

     

     화면에는.. 가을 어스름의 '고요한 경물'이 먼저 그려지고 나서, '움

    직이는 경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빨래하던 여인이 지나며 건드리는 대나무가 움직이고, 조용하던 연

    잎이 출렁입니다. 무엇이 지나가듯이 대숲의 버석거리는 소리와 무성

    한 연잎 아래 고깃배의 삐이걱 노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마치 

    비디오를 보는 듯 정경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봄날같은 꽃향기는 없더라도.. 나는 이곳에서 머무르리라.. 그의 어

    머니가 위중하여서 망천으로 돌아온 왕 유이지만, 자연을 벗하는 그의 

    마음이 십분 느껴지는 시입니다.

       수만자의 한자(漢字) 중에서 적합한 한 자(字) 한 자(字)를 골라서 

    바둑판에 돌을 놓듯 그려가는 한시(漢詩)의 독특한 형식... 

       이렇게 아름다운 글씨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음은, 성당(盛唐)의 대

    표적인 시인이었던 왕 유가 또한 실제로 중국 문인화(文人畵)의 초석

    을 놓은 화가이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알면 잘 이해가 갑니다.

           


       저녁노을: 대금 아쟁합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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