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로 가는길

시냇물 속의 달을 함께 퍼다가 / 休靜 서산대사

zkvnclsh20 2009. 2. 2. 03:48

   시냇물 속의 달을 함께 퍼다가
                                     
                                   -  休靜  서산대사 -




    有僧五六輩 (유승오육배)   도반 대여섯이
    築室吾庵前 (축실오암전)   내은암에 집을 지었네

    晨鐘卽同起 (신종즉동기)   새벽 종소리와 함께 일어나
    暮鼓卽同眠 (모고즉동면)   저녁 북소리 울리면 함께 자네

    共汲一澗月 (공급일간월)   시냇물 속의 달을 함께 퍼다가
    煮茶分靑烟 (자다분청연)   차를 달여 마시니 푸른 연기가 퍼지네

    日日論何事 (일일론하사)   날마다 무슨 일 골똘히 하는가
    念佛及參禪 (염불급참선)   참선과 염불일세!


    ▣ 서산대사(1520~1604) ▣


    선사의 법명은 휴정(休靜), 법호는 청허(淸虛), 서산(西山),
    자는 현응(玄應), 속성은 완산 최씨이며, 중종 15년(1520)에 태어났다.
    선사가 3살 되던 해 부처님 오신 날
    아버지 세창은 낮술에 취하여 마루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 때 괴상하게 생긴 한 노인이 나타나
    “아기 스님(小沙門)을 뵈러 왔습니다”고 말하고
    두 손으로 아기를 받쳐 들고 경(經)을 외었다.
    노인은 독송을 한 후 아기를 내려 높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 아기의 이름을 운학(雲學)이라 하고
    소중히 키우시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놀라서 깨어보니 꿈이였다.

    선사는 아홉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열 살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되었다.
    고아가 된 선사를 안주목사 이사중이 양아들로 삼았다.
    선사는 양부를 따라 한양으로 와서 유학을 공부하였으며,
    15세에 진사시(進士試)에 응시했으나
    떨어지자 동료 문생들과 삼남(三南)의 산천을 유람하였다.

    두류산, 지리산, 청학동, 칠불암 등 산과 절로
    6개월여를 돌아 다녔는데
    영원암에서 한 노숙(老宿 : 법이 높은 선사)을 만났다.
    노숙은 선사를 보고서 “그대의 용모를 보아하니
    심공급제(心空及第 : 마음이 허공처럼 광대하면서도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는
    대자유의 경지에 올라간 것)를 하면
    영원히 세상의 명리를 끊고
    고통을 떠나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이에 선사는 “어떤 것이 심공급제입니까”라고 물었다.
    노숙은 눈을 꿈뻑(瞬目)하며 “알겠느냐”고 물었다
    선사는 “모르겠습니다”고 대답했다.
    다시 노숙은
    “심공급제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야”
    하고는
    <전등록>, <화엄경> 등
    수십 권의 경전을 주면서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면 점차 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사는 한양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열심히 경전 공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