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가슴에 든 사람이 더욱 그립다 / 양애희 잿빛 하늘자락에 눈먼 바람이 분다 불현듯, 너는 내 속에 들어와 심장을 물들이고 오래 꿈꾸어온 한 생의 몸을 푼다 오매불망 숨결 이어 둘이 아닌 하나로 만나야지 가난한 매듭 열어 숨기장난일랑 이젠 하지 말아야지 꿇어앉은 그리움속 연민으로 다가온 무릎의 주름이 젖는다 아무도 머물지 않은 빈 들에 꽃별 하나가 돋는 지상의 시간 천년의 맹세는 달 긷는 별서에 누워 잎사귀 어긋난 침묵의 추억을 부른다 바람처럼 엎드려 풀잎처럼 엎드려 둥글고 길게 부른다 기다리는 이 없어도 가슴의 안부는 애련으로 내려와 기억의 터널까지 적시며 빗물로 흐른다 창가에 앉은 흙냄새 사이로 네가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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