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양애희

[스크랩] 자작나무 무릎위 굶주린 달을 보았는가

zkvnclsh20 2009. 10. 20. 01:15
                자작나무 무릎위 굶주린 달을 보았는가 / 양애희 깜깜한 얼굴을 묻고 둥근 발작 사이로 하늘 자리 어딘가, 누워 흘러가리라 바람의 수천번째 어금니에 물려 하늘과 구름과 별과 풍경 사이에서 저녁 6시에 세워진 신호등 저 끝에 앉아 흑백의 기억 겨드랑이만 쳐다본다 동공속 엎드린 알몸이 자꾸만 벌겋게 취해도 어두워지면 어두워지면 안개 무덤에서 숲의 침묵마냥 그저 그렇게 사위어질줄 알았으리라 마음 안쪽 어딘가로부터 바람의 세포가 뱉어놓은 환한 구멍속까지 길게 닿는 그 소리 아주 가끔 너였으리라 너일거야 꿈꾸는 자작나무 무릎위에서 굶주린 달이 지나가는 소리라는 것을 긴잠의 몸속에 젖어 마악 나비의 등을 타는 그는 정녕 알고 있을까

      출처 : 시와 인연
      글쓴이 : 양애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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