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양애희

그 여자에게서 나무 냄새가 난다 / 양애희

zkvnclsh20 2009. 9. 25. 14:21

그 여자에게서 나무 냄새가 난다 / 양애희
바람의 남루한 목덜미를 쥐고
우연히 기댄 나무 물고기 
그 속에 한 잔의 붉은 거울로 서 있다
습관처럼 이어지는 생의 방정식
그 바람의 사생활에
속눈썹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
바람의 몇번째 어금니에 박혀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가
예기치 못한 현실에 잘못 헤엄쳐
입술 위 은사시나무에 앉았는가
뜨거운 입김이 손바닥 위에서
누빈 기억의 은비늘을 더듬고
기억을 건 엄청난 웅얼거림
발 아래 그 바람이 다 걸어야하는 이유로 나뒹굴고
발 아래 입 없는 입술로 뻐금거리고
마음과 눈길이 아껴먹은 슬픔의 잠에서
꿈의 나무와 달콤한 감각을 주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