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명상음악] 홀로걷는길

zkvnclsh20 2018. 1. 20. 20:29




      草蟲鳴啾啾(초충명추추)
      蒼鼠鳴喞喞(창서명즉즉)

      磊磊閫闠閒(뢰뢰곤궤한)
      簇簇煙林碧(족족연림벽)

      鼎鼎好光陰(정정호광음)
      轔轔載車轄(린린재거할)

      勸君且短檠(권군차단경)
      更撚鬢一握(갱연빈일악)


      풀벌레는 찌륵찌륵 울고
      검붉은 쥐는 찍찍 운다

      고결한 문지방은 한가하고
      뾰죽뾰죽 안개 댓숲은 푸르다

      더디고 더뎌야 좋은 세월이고
      덜컹덜컹거리는 수레가 넓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작은 등불에
      다시 수염 한줌 꼬며 시를 읊게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이 정스님에게 준(贈正上人) 시이다.

      이 시는 단어의 구사가 색달라서 선택해 본 것이다.
      전편의 소리나 모습의 의태.의성의 첩어이다
      동도자의 스님에게 주면서 왜 이렇게 사물의 나열로 일관하여
      소리나 형태의 중첩적 언어를 썼을까.

      어쩌면 스님의 인품을 이렇듯 각색의 사물을 겸비한
      통달한 이로 수식하려 함은 아닐까.
      이 시에서는 시어의 내용과 의미보다는
      외형적 의성이나 의태어의 활용성을
      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한자는 표의문자이기에 수리를 빗대야 하는 의성에는
      많은 제약을 받으면서도 동일한 문자의 중첩이나,
      동일한 성운(聲韻)을 중첩하는 쌍성어(雙聲語), 첩운어(疊韻語)로
      다양한 소리나 모습을 빗대어 실감을 더하게 한다.

      성운의 성(聲)은 한글로는 초성을 말하고
      운(韻)은 한글의 중성 종성을 말하니,
      쌍성은 같은 초성의 결합이고
      첩운은 같은 중성 종성의 결합을 말한다.
      곧 뜻글자를 가지고 소리 모양을 나타내려하니
      부자연스러움이 분명하나,
      오히려 한자가 갖는 의미의 상형성에서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질 수도 있다.

      본 시에서 벌레 소리를 “추추()”라 했을 때
      이 벌레가 풀벌레이니 풀벌레는
      가을(秋)의 신호로 울음(口)을 운다.
      “찌륵찌륵”이라는 의성 이외에
      시각적으로 가을의 쓸쓸함도 느끼게 한다.
      “정정(鼎鼎)”도 여기서는 더디다는 의미이지만,
      때로는 성대하다는 의미로도 쓰이니,
      솥 안에서 끓는 물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한문고전을 번역으로 보존하여야 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이러한 첩어의 한글화는
      더욱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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