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이 기도이게 하소서 / 동목 지소영밤바람 재운 아침이
평화이게 하소서
낮은 새소리에 흔들려도
약하고 어두운 마음
당신의 빛을 바라게 하소서
이 길, 저 길 정착하지 못하고
자라는 어린 나무의 혼돈도
그들의 둥지는
뿌리 깊은 집 한 채의 반석이게 하소서
침묵으로도 깨달아
돌아오는 심장이게 하소서
두려워 마주 하지 못하는
여린 영혼
분노하지 않고
평안으로 보듬는 사랑이게 하소서
찬 가지마다 바람이 일어도
별빛 따사로움을 느끼고
지구의 온유로
자신을 태워 등불 비추는 지혜이게 하소서
눈물 한 방울에 담긴 섬김을
알게 하시고
불변하는 믿음을 믿게 하소서
가난한 영육 굽이굽이마다
흩트러지고, 찢겨진 세상의 위선
모두 듣지 않게 하시고
얼룩진 고랑마다
깨끗한 햇살로 맑게 흐르게 하소서
가을의 꿈 펴지 못하고
길위로 떨어진 자들
집 없어 방랑하는 자들까지도
베품의 손길 보내게 하소서
나 비록 접힌 채
걸음 되돌리지 못해도
작은 풀꽃의 향기로 다시 피어나
어지러운 시간을 넘어 새 봄을 기다리게 하소서
세상은 우리이기에 여기 있고
사랑이기에 삶이 있다고
이 가을 모두 기도이게 하소서
모두 그리움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