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명상음악] 먼길

zkvnclsh20 2018. 3. 11. 01:24




      桃李芳菲一色春 (도리방비일색춘)
      南家解笑北家嚬 (남가해소북가빈)

      揚杷玉碎金戈下 (양파옥쇄금과하)
      傍有回頭啓齒人 (방유회두계치인)

      꽃다운 복숭아, 오얏꽃 한 빛의 봄
      양지에선 웃지만 음지에선 찡그려

      양귀비 백옥 같은 몸 창 아래 쓰러지니
      옆에서는 고개 돌려 웃는 이 있다

      이 시는 청매(靑梅)선사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라(非心非佛)는데 대해서 읊은 시이다.
      시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모든 것이 있는 현실 그대로임을 말하는 듯하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一切唯心造)
      하지만 마음은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인가.
      대상의 경계 없이야 일어날 수 있는가.
      꽃이 피었으니
      보는 이의 얼굴에도 꽃 못지 않은 화사한 얼굴빛을 띠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상이 중요하지만
      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이 없다면
      얼굴빛의 웃음이 있을 수 없다면,
      이는 대상보다는 마음의 존재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있는 실상의 진여한 참모습에는
      마음이나 대상 둘을 모두 여의어야 하겠다.
      이것이 지난 주에 보았던 두 끝이 없음이리라.

      봄이 되어 양지마을에는 이미 꽃이 피었으니
      봄이 왔다고 기뻐해 마지 않겠지만
      음지 마을의 깊은 골짜기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있다.
      양지마을의 따스함이 부럽다 못하여 자신의 삶에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날짜로서의 시간이야 다 같을지 모르지만
      삶의 처지에 있어서 느끼는 시간에는 매우 깊은 거리가 있다.

      이것이 현실의 진리이니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이 바로 참의 실상이다.

      천하의 미인인 양귀비가 그의 미모에 의하여
      그르쳐진 나라꼴 때문에 일어난 반군을 진압하고
      그에 따른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마외판에서 이 미인을 처형살해할 때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미모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움을 받아야 했던
      한 무리의 여인은 통쾌한 웃음을 자아냈을 것이니,

      한 사실에서 엇갈리는 기쁨 슬픔이란 그가 처한 상황의 현실이지
      그것을 느끼게 되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하니 이것이 마음인가 진리인가
      아니면 ‘나’라고 느껴야 하는 나의 실체,
      바로 그것인가.

      불심시심, 이종찬<동국대교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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